정점 향한 美 금리…골디락스 기대감
투자 지형 요동…채권으로 ‘머니무브’
월가는 이번 금리 인상을 마무리 국면으로 해석한다. 1년 넘게 이어져온 가파른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글로벌 투자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골디락스’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미국 긴축 종료 후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했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새로운 머니무브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發 비관론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월가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부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더욱 힘을 얻게 됐다. 1년 4개월에 걸친 가파른 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월가 판단이다.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며 경제 활동 확장 속도에 대해 기존 ‘보통(Modest)’에서 ‘완만(Moderat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파월 의장은 “더는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연준과 일부 민간 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 전망에서 침체 가능성을 삭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의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를 기록하면서 크게 둔화됐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3% 상승, 2년여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4.1% 상승해 이 역시 2021년 9월 이후 최소폭인 데다 월가 전망치도 밑돌았다. 통화 긴축 정책이 실물 경제에 반영되는 시간차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물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애매한 태도를 고수했다. 최신 물가와 노동 시장 데이터에 따라 오는 9월 FOMC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매파적 ‘포커페이스’를 보인 것. 파월 의장은 “물가가 여전히 높고 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은 갈 길이 먼 과정”이라면서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올해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9월에 이어 11월, 12월에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의 9월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애매한 발언 역시 시장 과열을 막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 미국 기준금리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로 판단한다.
다만 미국의 물가 안정이 확연하게 나타날 때까지는 5%대 고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 제로 수준(0~0.25%)이던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해서 공격적으로 올렸다가 지난 6월 처음 동결했고 이날 추가적인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했다.
‘금리 피크아웃’이 힘을 얻으며 미국에서는 낙관론이 흘러나온다. CNBC에 따르면 레이첼 세더버그 라이트캐스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6월 고용보고서를 두고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로 향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스는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올린 3%로 상향 조정하며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금리 인하 시점은 미지수
당분간 고금리 유지 가능성 높아
재테크 지형도 크게 달라질 듯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한미 간 금리 역전폭(2%포인트)이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현재 미국 예금 금리가 우리나라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달러 예금을 드는 게 이자 면에선 훨씬 유리하다. 미국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한은은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리 인상으로 ‘민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금리를 옥죄고 있어 은행 예금 금리는 여전히 낮다. 채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리의 가격 메커니즘이 살아 있는 채권 시장에서는 연 5% 이상 채권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가장 안전한 채권인 국채 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절에 발행된 장기 국채를 지금 사면 향후 금리 하락기에 시세 차익(채권 가격 상승)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이자소득세 과세 기준이 되는 표면금리가 연 1~2%에 불과해 세금도 줄인다. 국내 국공채 ETF(상장지수펀드)나 미국 국채 ETF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채권 투자가 가능하다. 채권 투자는 이미 증가세다. 올 상반기 개인 투자자 채권 투자액이 1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즉각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 또한 연내 금리 인하 예상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한동안은 4~5%대의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돼야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내년까지의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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