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돼 ‘좀비’가 된 시민들…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창작물 속 좀비는 일종의 ‘움직이는 시체’다. 이에 신체 부위가 절단되거나 몸이 부러져도 움직인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바이러스는 핵산(DNA나 RNA)과 단백질(수용체)로 이뤄져 있다. 간단한 구조라 혼자서는 생명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만나면 DNA를 복제해 증식하기 시작한다. 숙주가 죽으면 함께 소멸한다. 반면, 창작물 속 좀비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었는데도 살아있는 것은 물론, 죽은 숙주의 몸을 움직이기까지 한다. 이 정도라면 바이러스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는 게 맞다.
감염 속도 역시 좀비의 실현 가능성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좀비 콘텐츠엔 좀비에 물린 사람이 수초~수분 이내에 좀비로 변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DNA를 복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를 잠복기라 한다. 물린 사람이 곧바로 좀비가 되려면 잠복기가 수십 초에 불과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잠복기가 짧은 축에 속하는 노로바이러스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소 12시간은 필요하다. 감염 확산세가 빨랐던 코로나 19 오미크론 변이의 잠복기는 약 3일이었다. 게다가 잠복기는 바이러스의 종뿐 아니라 침투한 바이러스의 양과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좀비 바이러스와 가장 닮았다고 꼽히는 건 광견병 바이러스다. 침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숙주를 폭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두 가지 유형의 증상을 발현시킨다. 80%는 공격성을 보이는 ‘격노형’이다. 이외에도 시간, 사람, 장소를 적절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지남력 장애’와 환청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감염자는 좀비처럼 활동량이 많아지거나 괴이한 행동을 보인다.
이탈리아 베로나대와 파르마 대학병원 연구팀은 변종 광견병 바이러스가 사람을 좀비처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등의 광견병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 최대 100개에 달하는 변이주(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개체)가 확인됐다는 게 그 근거였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은데, 병원성과 전염력이 향상되는 식으로 변이하면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이 제시한 근거는 변이가 잦다는 것을 뒷받침할 뿐이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드라마 속 좀비 바이러스처럼 변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여전히 상상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어떨까? 자연계에는 이미 숙주를 좀비처럼 조종하는 기생충들이 있다. 란셋흡충과 톡소포자충이 대표적이다. 소나 양의 몸속에서 기생하는 란셋흡충은 유충일 때 중간 숙주인 개미의 몸에 기생한다. 개미가 알을 낳을 시점이 되면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개미를 이파리 위에 가만히 있게 한다. 소나 양이 식사할 때 이파리와 함께 먹히기 위해서다. 고양이의 뱃속에서 성충이 되는 톡소포자충은 생쥐가 중간 숙주다. 자신이 기생하는 쥐가 고양이에게 먹혀야 최종 숙주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쥐가 고양이를 만나도 겁먹지 않게 한다. 다행히 인간에겐 이들 기생충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기생충은 라이프 사이클이 굉장히 정립된 생물이라 원래의 숙주가 아니면 잘 감염되지 않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람도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수 있으나,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시점에선 좀비의 출현이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기생충은 개체가 많고 수명이 짧아 진화 경쟁에서 다른 생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진화 속도가 빠르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기구(IPBES)’에 의하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는 170만 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85만 종은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으나, 감염 경로나 그 증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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