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굿, 잼버리 낫"... 자원봉사자가 전한 "대혼란"의 난맥상

복건우 2023. 8.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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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4인 인터뷰] "난민촌" "아마겟돈" 쓴소리... 조직위 "불만 있을 수 있어"

[복건우, 김화빈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리는 2023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주최측의 준비소홀과 태풍 ‘카눈’의 북상 등으로 인해 8일 야영지에서 버스를 이용해 전면 철수하고 있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한국은 좋은데, 잼버리는 아니야(Korea is good, but jamboree is not)."
"개영식(개막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뒤엉키고 깔리며) 엉망진창이 됐고 몇몇이 다쳤어요(We are waiting opening ceremony. That was messed up and someone hurts)."
"개영식 때 구급차 이동을 위해 '길을 열어줘, 길을 열어줘(Make a way, make a way)!'라고 외쳤어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A(25)씨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들은 당시 잼버리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A씨는 <오마이뉴스>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개영식 당일(2일) 참가자들이 한데 뒤섞이며 이태원 참사 같은 압사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잼버리는 축제와 혼란 그 사이 어딘가였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전화·서면으로 인터뷰한 잼버리 자원봉사자 4명은 미흡한 행사 준비, 안일한 대처, 의사소통 부재 등으로 철수 때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 자원봉사자는 열사병,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조기 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윤석열(대통령)과 김건희(대통령 부인). 2023.08.02.
ⓒ 대통령실 제공.
"봉사자들도 줄이어 조기퇴소... 통역 봉사자가 폐기물 업무로 배치"

자원봉사자 4명의 증언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개영식 시작 전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 가거나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A씨는 "나는 지난 1일 식당 앞에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5일 조기 퇴소했다. 더위와 어지럼증 때문이었다"라며 "대학생 자원봉사자 여섯 분이 몸이 좋지 않아 한꺼번에 퇴소하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자원봉사자 B씨도 "(온열질환으로) 중도 퇴소한 봉사자들이 꽤 있었고, 119구급차가 왔을 때 환자를 직접 들것에 실어준 적도 있다"며 "팀원 중 한 명은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와 조기 퇴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맡기로 한 업무와 무관한 일을 맡았다는 자원봉사자도 적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C씨는 "통역을 하러 온 게 아닌데도 사람이 부족하다며 통역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A씨는 현장에서 만난 해외 자원봉사자의 사례를 들며 "9개 국어가 가능한 유럽 국가 대원이 애초에 통역 봉사자로 지원해 발탁됐는데,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폐기물 처리 업무에 배치됐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B씨 역시 "전문성과 라이센스를 요하는 활동을 담당한 팀원한테 (조직위 쪽에서) 공항 영접을 나가라고 지시한 일이 있었다"라며 "항의를 해서 바로잡았지만 여전히 조직표상에는 그 팀원의 역할이 '공항 영접'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서 집단 탈진이 발생해 행사가 중단되고 소방당국이 한때 비상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 제보
개영식 당시 인파가 몰리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것 이상의 안전사고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행사장에 가는데 발 디딜 틈 없이 대기 줄이 길고 사람들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웠다.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러다 무슨 사고 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며 "다음 날 스태프실에서 만난 또 다른 유럽 국가 자원봉사자가 '깔린 사람들 다리를 잡아서 겨우 꺼냈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83명이 탈진 증상을 호소하고 1명이 경상(발목 골절)을 당한 것 말고는 별다른 사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당시 소방) 기록엔 (그러한 상황이) 남아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직위 불통... 옷 말곤 제대로 받은 게 없어"

특히 자원봉사자들은 주최 쪽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자원봉사자 700여 명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는 최근 며칠간 '난민촌도 아니고 (예정된) 퇴소 시간을 지켜주셔야 대원들이 이동할 것 아닙니까', '이러다 쓰러지는 봉사자가 발생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방치하십니까', '자원봉사자는 언제 퇴소하는 건가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또 자원봉사자들은 필요한 물자와 가이드라인 또한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자원봉사자들은 개영식 사흘 전인 7월 29일부터 31일 사이 야영장에 도착했다. 나는 29일 입소하고 이틀 동안 옷(단체복)을 제외하면 준비물이나 핸드북 같은 걸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라며 "주최 쪽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기다려 달라(Please wait a minute)'는 말만 반복했다. (처음엔) 집단 탈진, 위생 상태 문제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리는 2023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주최측의 준비소홀과 태풍 ‘카눈’의 북상 등으로 인해 8일 야영지에서 전면 철수하는 가운데, 스위스 스카우트 대표단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글로벌센터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부실 운영 논란을 빚은 영내 셔틀버스 문제도 지난 8일 조기 철수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충청도에서 온 자원봉사자 D씨는 "조기 철수가 이뤄지던 날 아침에도 주최 쪽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대원들은 양산을 든 채 거리에서 상당 시간 버스 탑승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B씨는 "어제(8일) 철수를 위해 한국 자원봉사자들이 버스를 탔는데, 인도네시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타야 한다며 다시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버스 문제뿐만 아니라) 관 차원에서 조율이 안 되니까 뒤늦게 스카우트 출신 대장들을 투입하는 등 운영 초반부터 난맥상이 노출됐다. 잼버리 현장은 그야말로 아마겟돈(지구 종말을 초래하는 인류 최후의 전쟁), 대혼란의 상태였다"고 전했다.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는 9일 '일방적인 자원봉사자 업무 변경'에 대한 지적에 "세계스카우트연맹 지침에 따르다 보니 여러 변동 사항이 생겼다"라며 "그런 불만들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외 온열질환으로 인한 조기 퇴소,  안전사고 발생, 불통 운영 등에 대한 해명도 듣기 위해 조직위 국제협력팀, 안전관리본부, 행사운영본부 등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지난 2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 참석한 학생들 중 일부가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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