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만경 지척에 둔 이곳, 붉노랑상사화가 피어난다
전북 군산시·부안군·김제시에 걸쳐 있는 ‘새만금(萬金)’은 김제(金堤)·만경(萬頃) 평야를 ‘金萬평야'로 일컬어 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 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출발했다. 1991년 사업이 시작됐고 2010년 전북 군산과 부안을 잇는 33.9㎞의 세계 최장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됐다. 2020년 동서도로에 이어 지난달 21일 남북도로도 개통됐다.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지난 1일 세계 스카우트들의 축제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국제 행사다. 만 14세에서 17세의 세계 청소년들이 지도자들과 함께 참가해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청소년의 문화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잼버리 슬로건은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다.
잼버리는 이념이나 인종, 종교 등을 넘어 세계 청소년들이 뭉쳐 심신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1년 강원도 고성 세계 잼버리 개최 이후 32년 만에 두 번째로 열리고 있다. 2회 이상 잼버리를 개최한 나라로는 한국이 6번째다.
잼버리 부지는 여의도의 약 3배 크기인 8.84㎢(267만평)이며, 세계 158개국에서 온 4만3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머물 텐트 수는 2만2000여개에 달한다. 영내 프로그램으로는 불피우기, 뗏목 만들기 등 생존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화랑어워드(화랑무예, 화랑예절 등), 민속놀이(비석치기, 딱지치기 등)와 같은 전통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영외 프로그램으로는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 부안 하섬에서의 생존캠프, 직소천 수상활동, 고사포 숲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바로 옆 국도 제30호선 옆에 ‘야방 모퉁이’ 또는 ‘바람 모퉁이’로 불리던 곳에 ‘잼버리 공원’이 있다. 야방은 주변 지역을 훤히 잘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라 임진왜란 때 밤에 야방을 섰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목적 광장, 팔각정, 전망대, 주차장, 안내 센터, 화장실,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잼버리 야영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새만금 방조제 남쪽 끝 지점에서 시작해 변산반도 남동쪽인 줄포만갯벌생태공원까지 해안을 따라 ‘변산 마실길’이 이어진다. 마실은 ‘마을’의 사투리다. 1코스에서 8코스까지 8개 코스로 나눠지며 총길이는 66㎞ 정도다. 대개 한두 시간 거리여서 가볍게 ‘마실’ 다니기 좋다. 마실길 1코스는 ‘조개미 패총길’이라 불린다. 새만금 홍보관에서 송포갑문까지 걷는다. 거리는 5㎞.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언제 가도 좋지만 이맘때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마실길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에 붉노랑상사화가 피기 때문이다. 꽃과 함께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붉노랑상사화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해 이달 중하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붉노랑상사화는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지녔다. 붉노랑상사화는 꽃잎의 형태에서 이름을 따왔다. 노란 꽃잎 주변에 연분홍 테를 두르고 있어서다.
노루목 상사화길은 철책 초소길을 따라 자연적으로 조성된 상사화 군락지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솔향 가득한 송림, 금빛모래의 고사포 해수욕장을 거쳐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에 이르는 약 6㎞ 길이의 코스다. 오르막은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코스에 연연하지 않고 변산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사랑의 낙조공원’ 팔각정에서 출발해도 좋다.
세도정치에 왕권이 쇠퇴하고 정사가 문란해질 때 이곳에 유배됐던 한 선비가 때를 기다리며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다봤다는 사망암을 돌아 나오면 고사포의 고운 금빛 모래가 눈앞에 펼쳐진다.
1, 2코스 모두 길 나서기 전에 물이 들고 나는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코스 중간에 갯벌을 따라 걷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밀물 때면 부득이 돌아서 가야 한다. 3코스 경우 핵심 볼거리인 채석강이 밀물 때면 접근할 수 없다.
성천항에서 3코스를 따라 약 20분이면 큼지막하게 부안 변산마실길을 알리는 조형물 옆에 하섬 전망대가 있다. 정면에 보이는 섬은 웅크린 새우 모양이어서 ‘새우 하(鰕)’자를 써서 하섬이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갈라져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채석강은 부안 바다 풍경의 백미다. 책을 수만 권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의 채석강은 격포항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절벽이다. 해 질 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이웃한 적벽강도 빼어나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바위 절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4코스는 격포항 해넘이공원에서 시작해 해넘이 명소 솔섬에서 끝난다. 떨어지는 해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려 마치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형상을 연출한다. 뒤를 돌아보면 바위들 중간에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만 폭포가 생기는 절벽이 있다. 수락폭포다. 번개폭포라는 애교스러운 이름도 갖고 있다.
캠핑장·캐러밴 주차장 조성돼
백합 요리·바지락죽 인기 메뉴
잼버리 야영장을 조망할 수 있는 '잼버리 공원'은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723-1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나들목에서 가깝다. 잼버리장 일부 구역(잼버리 델타)을 잼버리에 참가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해 잼버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일방문객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곰소만 일대에 젓갈 정식을 파는 집들이 몰려 있다. 어지간한 젓갈은 한 상차림에서 죄다 맛볼 수 있다. 백합 요리와 바지락죽(사진) 등도 별미다. 줄포만갯벌생태공원에 캠핑장과 캐러밴 주차장,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조성돼 있다. 변산해수욕장 일대에 너른 캠핑장이 마련돼 있다. 일반 숙박업소들은 채석강 주변에 즐비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홍보관'에서 'K관광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한국관광 명소가 그려진 대형 벽면 채색 체험, 한국의 관광명소와 잼버리 로고가 디자인된 기념엽서를 작성하고 1년 후 되돌려 받는 '느린 우체통' 등이다.
부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호 태풍 ‘카눈’ 상륙 임박… 서쪽 살짝 기운 예상경로
- 英스카우트 부모 “딸, 친절한 한국인들 만나…좋은 결말”
- “LH 존립 근거 있나”…무량판 조사 누락에 원희룡 ‘격노’
- ‘이준석-조민 11월 결혼’ 게시물에…조국 “쓰레기 짓거리”
- 내일 투표한다면? 국민의힘 31.3% VS 민주 27.4%
- 태풍 ‘카눈’ 점점 한반도로…바다에 태풍주의보 발효
- 연예인 살해 예고까지…“에스파 죽이겠다” 공항 발칵
- ‘1100억 예산’ 잼버리…“추가 숙식비 수십억” 세금으로?
- ‘말복’인데…“삼계탕 한그릇 1만6천원” 금값 된 닭고기
- “기적은 진행중”…시리아 지진서 살아남은 아기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