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고전은 복음 설명·전파에 유익”
MZ세대에게는 글로벌기업의 이름, 화장품 브랜드, BTS의 노래 제목이겠지만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한 서양 고전에 기원을 둔 캐릭터들로부터 나온 이름이다.
이처럼 누구나 흔히 접하는 콘텐츠들 곳곳에 서양 고전의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복음의 본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지만, 항상 '시대의 옷'으로 전해져 왔기에 이 시대의 대세인 서양 고전이 복음을 전하고 설명하는 데 큰 유익이 있다고 역설하는 이종필(세상의빛교회 담임·사진) 목사를 지난 달 28일 서울 방배동 세상의빛교회에서 만났다.
이종필 목사는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킹덤처치’를 꿈꾸며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하나님나라 개념을 중심으로 한 성경 연구와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하나님나라 성경관통’(넥서스크로스)과 ‘하나님나라제자훈련’(목양) 등의 양육교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젊은 층들의 교회 모델을 구축했다. 독일 문학을 전공한 이 목사는 코로나 기간 동안 서양 고전을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원고를 월간지(교회성장)에 기고했다. 이 원고들을 다듬어 4권의 서양 고전 관통 시리즈를 출간하게 됐다.
이종필 목사는 평소에도 인문학적 요소를 설교에 담아왔다. 서양 고전은 성경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교재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는 모두가 알고 있으며, 동시에 성경의 진리를 드러내기에 좋은 서사를 가졌다. 서양고전이 쓰여질 무렵 유럽은 기독교 국가였기 때문에 성경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고전의 작가들은 성경적 시각으로 현실을 그려낸다. 그렇기에 성경의 서사를 설명하기에 서양 고전이 탁월하다는 것이 이종필 목사의 견해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인간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몰락한다는 성경의 서사는 고전과 연결해 읽을 때 더욱 선명해지고 분명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자신의 욕망과 어리석음, 의심 등 하나님을 마음에 두지 않은 공허한 상태의 인생들이 자기 생각으로 살다가 망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고전의 유익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서양 고전 인문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목사는 ‘숙제’하듯 작업을 완수했다. 게임이나 만화, 웹툰 등 지금 시대 대다수의 콘텐츠 주인공이나 스토리가 그리스·로마 신화 등 서양고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잘 아는 친숙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성도들도 고전을 깊이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40대 이하 세대는 동양 인문학인 논어보다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더 친숙하다. BTS의 노래 제목이 ‘디오니소스’인 것만 봐도 그렇다”며 “목회자는 청중이 알고 있는 콘텐츠를 사용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서양고전은 청중과의 공통언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고전관통은 1권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부터 4권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까지 모두 28권의 고전을 다루고 있다. 특히 3권은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의 시각을 담은 ‘여성 고전’이다. 이 목사가 ‘여성 고전’으로 분류한 이 책들은 여성의 삶과 죄의 본질에 대해 성경적 관점으로 통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경에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서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 고전을 통해 여성들이 당면한 욕망과 유혹에 대해 적나라한 이야기와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여성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복음을 전하는데 많이 필요하다”며 “‘여자의 일생’이나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성경에서는 수가성 여인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경 속에서는 수가성 여인이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가 짧게 소개되고 있지만, 서양고전을 통해 그 여인의 삶이 입체적으로 묘사돼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전을 통한 접근은 성경의 스토리가 이미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성도들에게 ‘생생한 이야기’가 되어 마음 깊숙한 곳을 찌르는데 묘미가 있다. 이 목사도 설교를 듣는 청중들의 반응을 통해 이를 확인하곤 한다.
그는 “성도들에게 ‘영적으로 성숙하라’고 하면 감동이 잘 안 온다. 그런데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를 소개하면 그녀의 미성숙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지는 모습을 성도들이 그림처럼 보게 된다”며 “성도들도 고전 스토리를 듣고 자신의 죄성과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연약함을 발견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종필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도 인문학을 근간으로 한 현대인의 고뇌와 삶에 대한 통찰과 성경을 연결하는 설교로 성도들의 삶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목사는 서양고전이 신앙의 성장과 복음 전도에 큰 유익을 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는 “예수님도 당대 유대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들, 유대인들의 역사와 헬라의 철학 등을 활용해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셨다”며 “바울 역시 아테네에서 헬라인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신화와 철학과 대조해 복음을 선포한다. 서양 고전은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접점이 되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을 제공하는 인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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