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무게중심’ 미→中으로 이동…한국은 삼성전자 한 곳뿐

최은경 2023. 8. 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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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 모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1.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올 상반기 128만7000여 대를 팔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위(점유율 20.9%)를 차지했다. 2위 테슬라(14.4%)와 점유율 격차는 6.5%포인트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워런 버핏이 2008년부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세계 50대 혁신기업’에서 각각 9·29위에 올랐다.

#2. 미국의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5년 전 혁신기업 순위에서 각각 9·11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리스트에서 빠졌다. 넷플릭스 역시 2015~2020년 내내 혁신기업으로 뽑혔지만 올해는 탈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자 여행·운송 서비스, 미디어 엔터 분야에서 혁신적 투자가 부진했다고 평가받으면서다.

김경진 기자


9일 중앙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BCG 세계 50대 혁신기업의 2018년과 올해 리스트를 국가별·업종별로 비교했더니 ‘혁신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급속한 기술 발전과 경영 환경 변화가 있었으며, 코로나19 전후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18년과 올해 리스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국가별 기업 수를 보면 미국이 25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국(8개), 독일(5개), 일본(3개) 순이었다. 특히 중국 기업은 5년 전과 비교해 3→8개로 5개가 늘었다. 10년 전에는 레노버·텐센트 두 곳만 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 미국(-3)과 독일(-3)·프랑스(-2) 혁신기업 수는 줄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 기업의 부상에 대해 “탄탄한 내수 시장과 자본력,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풀이했다.


5년 전보다 中 5개 증가, 미국은 3개 줄어


한국은 2018년과 올해 모두 삼성전자(7위)가 유일하게 혁신기업으로 뽑혔다. 지난해 LG전자와 현대차도 순위에 들었지만 올해는 탈락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매년 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 BCG는 “폴더블폰 같은 혁신으로 기존 기술을 개선할 뿐 아니라 매출의 9%인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며 “디스플레이와 전자 부품에서 로봇 공학, 스마트홈, 커넥티드 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산업별로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플랫폼·정보기술(IT)·기계, 2차전지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기업 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AI·그린에너지 분야 혁신 늘어


기업의 탄생과 몰락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역동성 지수’는 미국·중국·독일·일본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비교해 미국은 12개 기업이 리스트에 새로 포함되고, 15개 기업이 빠져 역동성(27개)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중국(7개)·독일(7개)·일본(6개) 순이었다.

중국과 독일의 역동성 수치는 같지만 성격은 달랐다. 중국은 BYD·샤오미·시노펙·바이트댄스(틱톡의 모기업) 등 6개 기업이 신규 진입했으며 독일은 탈락한 기업이 5개로 신규 진입(2개) 기업보다 많았다.

김경진 기자


한국(0개)은 인도·네덜란드·사우디아라비아(각 1개)보다 변화가 없었다. 김현수 팀장은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허용하는 것 외 불허), 대기업 규제, 고급 두뇌 부족 등이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혁신 역동성이 높은 업종은 IT테크와 바이오, 에너지, 자동차부품, 통신 서비스 분야였다. 모더나(바이오), 엔비디아(IT테크), 로열더치셸(에너지) 등은 2018년에 리스트에 없었지만 올해 혁신기업으로 뽑혔다. 김현수 팀장은 “디지털 전환, AI 확산, 친환경 저탄소 대응 등 경영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혁신은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며 “에너지와 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서도 기술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혁신기업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혁신 리스트에서 활발하게 들고 날 수 있는 역동성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신사업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서 기존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며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CG 세계 50대 혁신기업=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05년부터 매년 발표(2011·2017년 제외)한다. 최근 3년간 총주주수익률과 혁신담당 임원 1500여 명 설문조사, 경쟁 기업 경영진 인터뷰 등을 통해 선정한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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