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 뒤집어쓰고, 소떡소떡 먹방…잼버리, 이곳선 두 눈 커졌다

김민욱, 김한솔 2023. 8. 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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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를 벗어난 세계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풍성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K-잼버리’를 즐기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퇴영해 대전에 머무는 브라질 단원들이 9일 오후 대전 대덕구 장동 계족산황톳길에서 맨발 걷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단현실 신기해하는 대원들


9일 잼버리 비상대책반 등에 따르면 가장 많은 1만5000명을 수용한 경기도는 이날 파주 임진각에서 비무장지대(DMZ) 평화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임진각~제3땅굴~통일촌~도라전망대로 이어지는 행사다. 그리스와 감비아 대표단은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 현실을 두 눈으로 보자 신기해했다고 한다. 끊어진 철길, 멈춰 선 증기기관차, 과거 북한이 침투용으로 만든 제3땅굴 등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촬영했다. 낯선 한국 길거리 음식인 회오리 감자·소떡소떡 등도 즐겼다.
이날 스페인과 아랍에미리트 소속 대원들도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이곳에선 망원경으로 북한 개성시가 훤히 보인다. 이밖에 경기도는 파주 행사 외에 화성행궁 전통문화체험(수원), 서해랑 케이블카(화성) 등도 선보였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대원들이 9일 오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장을 찾아 이색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리 위한 머드축제 열었다


9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엔 루마니아 등 10여개국 참가자 5200여명이 몰려 머드 체험을 했다. 올해 보령 머드축제는 끝났지만, 보령시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대원들은 머드 탕에 들어가거나 물세례를 맞았다. 보령시는 이들을 지하 탄광 갱도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냉풍욕장에도 안내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대원들이 한국과 해양관광도시 보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한 아름 안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에 체류하는 브라질과 베트남 대원 총 1323명은 이날 오후 3시 대덕구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 브라질 대원 이사벨라(17)는 “산에서 나무와 다람쥐·새를 구경하며 맨발로 걸어보니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등 풍성


서울시는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를 준비했다.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과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디제잉과 비보잉·힙합·국악을 접목한 퓨전 재즈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서울 댄스나이트엔 2500여명의 대원이 함께 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함성을 지르는 등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원들은 행사가 끝난 뒤엔 주변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천여명이 놀다 간 자리였는데 단시간에 깨끗해졌다”며 “이런게 스카우트 정신인가 싶다”고 말했다.
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행사에서 다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해 질 녘 남산을 걷는 ‘남산둘레길 트레킹’도 인기였다. 미국과 영국·핀란드 등 4개국 대원 380여명은 서울식물원도 찾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뷰티·패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경제진흥원(SBA) 투어 프로그램도 인기다.

성북구는 한국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옛 돌조각을 전시하는 우리옛돌박물관 견학이 대표적이다. 구로구는 폭염에도 겉옷을 챙겨야 하는 광명동굴(경기도) 체험 등을 준비했다. 노원구는 미니어처 기차마을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우트 정신을 높이는 것 외에 서울의 매력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체험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임시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2023 세계잼버리 대회 진행 상황 및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비상대피 현황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해외 대원 부모들 만족감 높아진 듯


대원들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부모들도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에 15세 딸을 참여시켰단 섀넌 스와퍼는 “(대회초기엔) 재앙 뒤 또 재앙이 닥친 상황이었다”면서 “이젠 긍정적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했다.

정부는 카눈의 영향으로 10일에는 실내 프로그램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10일 태풍이 우리나라 정중앙을 통과하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못 하게 하려고 한다”면서 “9일까지만 영외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은 “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다도라든지 (지자체들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융통성 있게 만들어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그리스 대표단이 DMZ투어를 앞두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원들을 엉뚱한 데 배정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충남도 등에 따르면 잼버리조직위는 홍성군 혜전대 기숙사에 예멘 대원 175명을 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홍성군과 충남도 공무원, 혜전대 관계자들은 긴급하게 대원 맞이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바람에 준비한 출장뷔페 음식은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경기 고양시 NH인재원에 배정됐던 시리아 대원 80명도 애초에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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