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전과기록은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범죄와 그에 대한 심판인 형사처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또 형사처벌에는 그 기록인 전과에 관한 이야기가 으레 따라붙는다. 그런데 유독 전과에 대해서 벌금형까지는 기록이 안 남는다더라, 아니다 몇 년이 지나면 기록이 없어진다더라, 하는 그야말로 이러저런 카더라가 난무한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벌금형 정도는 괜찮겠지, 집행유예니까 괜찮겠지 하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판단까지 나아가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자기의 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형사처벌을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하다가 위와 같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동정의 여지가 없겠다. 하지만 충분히 다퉈볼만한 여지가 있는 사건인데도 형사재판 절차와 생업에 대한 부담을 느껴서 망설이던 와중에 위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형사처벌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면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과, 즉 과거의 범죄에 관한 기록은 영영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것은 관련 법령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은 까닭으로 보이니 한 번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전과기록에 대해서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하 “형실효법”이라고만 함)에서 규정하고 있다. 형실효법 제2조 제7호에서 『“전과기록”이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및 범죄경력자료를 말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과기록, 즉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범죄경력자료가 없어진다는 규정이 있는지 좀 더 살펴보자.
형실효법 제7조 제1항은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면제된 때부터, 3년을 초과하는 징역·금고는 경우는 10년(제1호), 3년 이하의 징역·금고의 경우는 5년(제2호), 벌금의 경우는 2년(제3호)이 지나면 그 형이 실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역형을 예로 들면 형기를 다 채워 집행이 종료되거나, 가석방 등으로 남은 형기의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 그 날부터 본 형기에 따라 10년 또는 5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되는 것이다.
형실효법 제8조 제1항은 이어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형인명부의 해당란을 삭제하고 수형인명표를 폐기한다.』라고 하면서 위 규정에 따라 형이 실효된 경우(제1호)를 들고 있다. 그 외 집행유예기간이 끝났거나, 사면·복권이 된 경우 등도 마찬가지로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를 삭제·폐기하게 된다.
이처럼 전과기록 중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는 여러 가지 조건 하에 삭제·폐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 “범죄경력자료”는 어떨까. 형실효법 어디에도 범죄경력자료의 삭제·폐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즉,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가 삭제·폐기된 후에도 범죄경력자료는 남기 때문에 전과기록은 영영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고, 전과기록이 없어진다는 카더라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다.
물론 범죄경력자료는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형실효법 제6조에 따른 엄격한 관리를 받긴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형실효법 제6조 제1항 제1호에서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범죄경력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니,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 그간의 모든 전과에 대한 조회 역시 이루어진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는 무려 수십 년이 지난 전과에 대해서도 범죄경력 조회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 말은 곧 아무리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전과가 되어 혹여나 다른 일로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형사처벌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집행유예 중의 범죄나 누범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전과기록 역시 그 피고인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충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미래를 들여다볼 수 없는 이상, 당장은 가벼워 보이는 형사처벌이라고 하더라도 다퉈볼 여지가 있는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도저히 권할 수 없다. 특히 경미한 사건이라고 보여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청구되어 정식재판 절차도 거치지 않고 200 ~ 3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을 받는 경우,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해보지도 않은 채 이를 받아들이는 피고인들을 더러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또는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충분히 다퉈본다면 300만원의 벌금이 200만원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선고유예와 같은 판결을 받아볼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이러한 기회를 넘겨버린다면 그 사람은 영영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만약 장래에 다시 범죄에 연루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면, 그 때에 가서 과거에는 형사재판 절차가 부담스러워, 생업 때문에 다투지 않았다고 읍소한들, 그러한 사정이 과연 법관에게 충분히 전달될까. 범죄에 연루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지만, 의도치 않게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면 설령 아무리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사건이라도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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