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사이 끼인 핀란드, 이상하게 한국과 닮았네
[오문수 기자]
▲ 핀란드 최대의 민족음악가 시벨리우스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시벨리우스 공원 모습. 24톤의 강철이 사용된 파이프 오르간 모습이 이채롭다 |
ⓒ 오문수 |
한반도의 약 1.5배 국토 면적에 인구 530만 여 명이 사는 핀란드를 방문했다. 전 국토의 75%가 숲, 10%가 호수로 이뤄져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약 50%가 수도인 헬싱키 주변 지역 및 남부에 거주하며 북쪽 라플란드 지방에는 순록을 기르는 사미족이 산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닮은 점이 있어 친근감이 든다.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어는 놀랍게도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어 계통으로 어순도 우리와 같은 주어-목적어-동사 순이다.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여러 차례 침략받아 식민 지배당한 쓰라린 경험도 같다.
핀란드는 12세기부터 스웨덴 십자군에 정복되어 지배를 받다가, 1397년에는 칼마르동맹이 맺어지면서 약 12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다. 그 이후 1809년까지 스웨덴, 1809년 이후 100년 이상 제정 러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1835년 민족주의 고취를 위해 민족 대서사시 <칼레발라>가 집대성되었으며 1848년 혁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독립투쟁이 시작되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기점으로 독립을 선언했고 2년간의 내전이 종료되며 '핀란드 공화국'으로 독립 국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며 약 5년간 소련과 두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국토가 초토화가 되어 6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핀란드인 특성? '외로운 늑대'와 'Susi(은근과 끈기)'
핀란드인의 특성은 크게 '외로운 늑대'와 'Susi'라는 두 개의 단어로 통칭된다. 자신과 아는 소수의 사람만 교류하는 늑대의 특성이 핀란드인의 기질이다. 처음에는 말 붙이기 어렵고 친해지기 어렵지만 함께 운동하고 사우나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오랫동안 주변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굳건히 지켜온 민족의식인 '은근과 끈기'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핀란드인의 정직성은 최고로 꼽히며, 시간 약속이나 돈 관계가 철저하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전 세계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있다고.
핀란드는 6년 연속 행복지수 1위 국가에 선정됐다. 행복지수는 정치, 언론의 공정성, 평등, 사회보장제도를 합산해 평균치를 낸 후 선정한다.
▲ 핀란드인의 집에는 욕조는 없어도 사우나는 있다. 핀란드인의 사우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진으로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앞에 보이는 대관람차 중 한 칸에는 사우나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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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을 표방하며 트럼프와 푸틴이 핀란드 대통령 궁에서 회담(2018.7.16.)한 4년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2022.2.24.)하자, 핀란드 국민들은 자신들도 우크라이나와 똑같은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덕분에 한국 무기 수입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는 가이드의 전언이다.
핀란드 최대 민족주의 음악가 시벨리우스
1899년 12월 14일 시벨리우스의 '핀란드여 일어나라!'는 곡이 처음으로 연주될 당시 핀란드 내에서는 정치적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핀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이에 대해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여 일어나라'라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단순하지만 매우 선동적인 작품으로 핀란드의 정치에 대해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 마켓 광장 옆에는 시벨리우스가 자주 다녔다는 카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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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공원은 핀란드 최대의 민족주의 음악가 시벨리우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으로 1967년 에일라 힐투넨에 의해 만들어졌다. 24톤의 강철이 사용된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기념비와 두상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이다.
▲ 핀란드의 중요한 기관들이 둘러싸고 있는 원로원 광장 모습. 앞에 보이는 동상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으로 핀란드가 러시아 지배를 당했다는 걸 보여주는 흔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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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사, 대성당, 헬싱키 대학교 본관, 중앙도서관 등의 여러 기관이 둘러싸고 있는 정사각형 원로원 광장은 헬싱키 시민들과 여행자들의 만남의 광장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카를 엥겔'에 의해 설계되었고 그 앞에는 발터 루네베리가 만든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에 지배당하던 시절의 역사를 말해준다.
▲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지 마켓 광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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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광장에서 과일을 파는 '윤모'씨. 1994년 미국으로 유학간 어머니가 핀란드 출신 아버지를 만나 핀란드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그가 준 복분자 맛은 일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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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페리 승선장과 맞닿아 있는 마켓 광장은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찾는 명소이다. 매일 아침 들어오는 싱싱한 생선과 야채, 과일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배낭여행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면 조심해야 될 것이 하나 있다. 갈매기들이 음식을 들고 가는 사람들의 음식물을 순식간에 낚아채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유럽최대 규모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
▲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우스펜스키 대성당 모습.핀란드가 러시아 지배를 당했다는 흔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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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배를 상징하기도 한 성당의 지붕은 양파 모양 꾸뽈라, 첨탑은 금으로 덮여 있고 건물 전체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다. 내부 제단 벽에는 천연물감으로 그려진 그리스도와 12사도의 벽화가 있다. 헬싱키 대성당과 시내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북유럽 여행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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