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베트남 손실 눈덩이

중국 수요 부진이라는 공통 요인 외 효성화학의 골칫거리는 베트남 내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이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생산공장에 2018년부터 약 5년간 12억8000만달러, 약 1조67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한때 폴리프로필렌 수요의 큰손이었던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공급사로 돌변하면서 효성화학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대안으로 선택했던 시장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연 6% 안팎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었던 데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 등 내수 시장이 탄탄했다.
베트남 진출 자체는 전략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선택지였으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122만t에 달하는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려면 대규모 생산량에 걸맞은 설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신규 장비 반입이나 공정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오작동과 부품 교체 등으로 수년째 셧다운이 반복됐다. 공정 운영 역량 미비로 베트남 공장이 셧다운을 반복하는 동안 시황은 급변했다. 폴리프로필렌 수요는 빠르게 줄었고 원재료 가격은 급등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생산시설 공정 구축과 운영 등에 있어서 효성화학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대로 공장을 돌려보지도 못했는데 원재료 가격만 올라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인 상황에 노출됐다”고 귀띔했다.
당기순손실이 확대되면서 효성화학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업은 당해 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을 차곡차곡 쌓아 이익잉여금(누적순이익)으로 쟁여둔다. 결손금은 마이너스 이익잉여금을 뜻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지금까지 벌어들인 누적순이익을 모두 까먹었다는 의미다. 결손금이 계속 누적되면 자본총계는 뚝뚝 떨어진다. 그러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줄어들면 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한다. 자본총계가 아예 마이너스가 되면 완전자본잠식이 된다.
효성화학은 결손금이 쌓이면서 올 1분기 자본총계가 32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효성화학 자본금은 159억원으로 이 추세대로면 2분기 자본잠식이 우려된다.
효성의 자금 사정도 넉넉지 않다.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여서 공정거래법상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등 다른 계열사가 효성화학에 출자를 못한다. 지주사인 효성만 출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효성 지분율이 희석돼 자칫 지주사 지분율 요건(상장 자회사 20%)을 밑돌 수 있어서다. 제3자 배정 방식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별도 기준 올 1분기 효성의 현금성 자산은 1099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효성화학은 영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영구채는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과 비슷하지만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사실상 부채 상환 의무가 없다고 보고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부채비율 관리가 절실한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더는 차입과 회사채 조달에 나서기 힘들다. 올 1분기 별도 기준 효성화학의 단기 차입금은 2421억원에 달한다. 당장 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이 470억원, 내년 7월 만기인 회사채도 1200억원 규모다. 이들 차입금 이자율은 5~6% 수준이다.
다만,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실질적으로는 만기가 존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긴 만기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려 특정 기간이 되면 금리를 올리는 ‘스텝업’ 조항을 요구한다. 스텝업 조항이 적용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므로, 통상 발행 기업은 스텝업 직전 영구채를 상환해왔다. 결국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영구채로 자본 조달을 하더라도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영구채를 덜컥 상환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구채 상환은 자본총계 감소를 부채질할 수 있다. 자본총계 감소는 부채비율 급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캄캄한 상황이지만, 효성화학은 올 하반기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베트남 공장이 정상 가동에 돌입한 데다 최근 업황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효성화학은 원재료인 프로판 가격 급등, 폴리프로필렌 수요 위축, 베트남 설비의 잦은 결함과 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베트남 공장은 완공 이후 최초로 100% 가동에 돌입했고 설비 결함의 원인을 파악하고 관련 문제를 점차 해결 중이며 마진율을 보여주는 PP(제품)-프로판(원재료) 스프레드도 최악의 상황을 통과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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