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AMD·인텔 추격에, 차세대 AI칩으로 쐐기박은 엔비디아

김경미 2023. 8. 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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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강자’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 더 강력해진 수퍼 칩을 내놓는다. 맹공세를 펼치는 AMD·인텔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시장 내 지위를 공고히 하겠단 전략이다.


무슨 일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리스(LA)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3’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그레이스 호퍼 수퍼칩(GH200)’ 생산 계획을 밝혔다. GH200은 엔비디아의 호퍼 GPU(그래픽처리장치)에 ARM 기반 그레이스 CPU(중앙처리장치)를 결합한 제품.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차세대 메모리칩 HBM3e를 탑재해 기존 AI 반도체 ‘H200’보다 저장용량이 더 크다. HBM3e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할 예정. 젠슨 황 CEO는 “대부분의 거대언어모델(LLM)을 GH200에서 구동시키면 ‘미친듯이’ 추론할 수 있다”며 “LLM의 추론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GH200은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생산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이게 왜 중요해


AI 반도체 시장 1위 엔비디아가 기술적 진보로 AMD·인텔 등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모양새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세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해 시작된 생성 AI 열풍으로 AI 칩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A100, H100 등 엔비디아의 주력 상품은 장기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는 자체 분석을 통해 올해 2분기(5~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11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새로 출시할 GH200은 이전 모델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뒤쫓는 경쟁업체들


AMD, 인텔 등도 추격의 고삐를 당기며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리사 수 AMD CEO는 엔비디아의 H100 수요를 겨냥해 자사 수퍼칩인 M1300을 4분기부터 확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클라우드 기업에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엔비디아 제품 대신 AMD의 AI 칩을 제시하겠다는 것. 기술기업 투자사인 GP불하운드의 제니 하디 매니저는 로이터에 “엔비디아의 칩을 많은 사람들이 못 쓰는 상황에서 AMD가 MI300 생산을 늘린다면 강력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도 지난 5월 AI 학습용 CPU 가우디2를 공개하며 엔비디아를 압박하고 있다. 산드라 리베라 인텔 수석부사장은 “가우디2는 (반도체 성능 테스트인) ‘엠엘퍼프(MLPerf)’ 벤치마크에서 뛰어난 성능을 기록했다”며 언어 학습 부분에서 엔비디아의 A100보다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들 AI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도 격돌할 전망이다. AMD의 리사 수 CEO는 지난 1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AI 시장에서 판매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며 “중국 고객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도 중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29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인텔 대만구 혁신 센터’를 개소했다. 현지 기업 6곳과 협약을 맺고 AI와 반도체, 첨단 컴퓨팅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할 계획이다. 인텔 측은 이날 개소식에서 “가우디2는 중국 고객들의 AI 사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며 “중국이 AI 미래를 구축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좁아지는 중국 시장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 등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저성능 AI칩을 개발해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판매 전략이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엔비디아는 고성능 신규 칩셋으로 중국이 아닌 미국, 유럽, 인도 등 다른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팹리스도 분주


AI 반도체 기업들의 각축전 속에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첫 반도체 팹리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을 기록한 파두는 지난 7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5년 창업한 파두는 지난해 매출 564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2월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 받았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 신경망처리장치(NPU) 스타트업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반도체를 공급 중이다.

더 알면 좋은 것


이날 엔비디아는 생성 AI 개발 플랫폼 ‘AI 워크벤치’를 조만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팅 서비스 ‘DGX 클라우드’와 생성 AI 프로젝트 예시를 활용하면 손쉽게 생성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이 개방한 생성 AI 플랫폼 ‘버텍스 AI’와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 마누빅 다스 엔비디아 수석부사장은 “AI 학습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고 그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생성 AI 개발과 활용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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