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 감각·근력 저하 느껴지면 미루지 말고 수술해야 [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엄지두덩근육의 근력이 저하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사진제공: SNU서울병원)
1년여 전에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외래에 방문했다. 당시 초기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신경전도검사에서 확인되어 보조제를 처방하고 몇 년 정도는 추적관찰 및 정기 검진을 하자고 했던 환자였다. 이번 진료에서는 통증은 조절되었고 일상생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엄지두덩근육(엄지 쪽 근육)의 힘이 지난번보다 많이 감소한 것이 확인돼 예상보다는 이른 시기에 수술을 권유하게 되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손바닥 쪽 정중앙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압박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보존적 치료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는데, 수술적 치료가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보존적인 치료를 먼저 시행하게 된다. 보존적 치료는 보통 소염제나 보충제를 포함한 먹는 약, 물리치료, 보조기를 포함하며 경우에 따라 심한 통증을 느낄 때에는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대개 보존적 치료를 하고 계시는 환자들은 다음 질문을 묻곤 한다. “수술을 안 하고 나을 수 있는지”, 아니면 “최소한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지”에 대해서 문의하곤 한다. 이는 “수술은 무섭지만 치료할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닌지”, 혹은 “수술을 최대한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느냐”는 질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질환을 설명하면서 “’감각 저하’와 ’근력 저하’가 생기기 전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양상은 정중신경이 담당하는 감각구획의 ▲통증(증상) ▲감각 저하(기능) ▲엄지두덩근육의 근력 저하(기능)로 대표된다. 이들 중 통증은 주로 ’증상’에 해당하며, 앞서 설명한 약, 물리치료, 보조기, 주사 치료 등으로 어느 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2015년 미국 정형외과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운동, 보조기, 스테로이드 주사, 먹는 약 등은 증상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였다.
하지만 감각 저하와 근력 저하는 신경의 ’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라서 앞서 설명한 보존적 치료로는 회복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감각 저하가 약간씩 진행하게 되면 해당 손으로 다른 물체가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심해지게 되면 통증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손은 덜 아파진다. 이 경우 오히려 가장 아플 때보다 손을 쓰기가 수월해지기도 한다.
한편 엄지두덩근육의 근력 저하는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다가 점점 엄지를 움직이기 힘들어지며 통증과 무관하게 진행하게 된다. 특히 근력 저하가 근육위축(해당 근육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까지 진행한다면 위축된 근육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중신경이 담당하는 엄지두덩근육은 손등을 바닥에 밀착시킨 상태에서 엄지를 하늘 쪽으로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 힘이 약해지면 해당 테스트를 진행할 때 손등을 바닥에서 띄우게 된다.(사진: 노란색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흰색 화살표만큼 손등을 띄우게 되는 현상)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증상은 ‘손잡이가 없는 컵을 자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는 엄지두덩근육의 힘으로 컵을 움켜잡는 힘이 줄어든 데다가 감각이 떨어져서 순간적인 컵의 움직임에 반응을 못 해서 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엄지두덩근육의 힘이 아예 없어지면 엄지와 검지 사이로 물건을 잡을 때 사이가 벌어지지 않아서 물건을 잡는 시도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기며 위축이 많이 진행되면 엄지 쪽 모양이 이상해지거나 뼈가 밖으로 튀어나온다고 미용상으로 달라짐을 호소하며 오시는 경우도 있다.
미국 정형외과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증상과 기능 모두에 큰 효과를 지니는 치료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고 기술했다. 이에 따라 외래에서는 단순한 증상(통증) 위주의 환자들에게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관찰되면 비교적 빨리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외래 내원 시 양측 손등을 바닥에 대고 엄지를 들어보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거나 손가락을 서로 비교해서 5번 손가락에 비해서 다른 손가락의 촉각 및 압각이 심하게 떨어지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갑자기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 분들은 실제로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감각이 저하되어 통증을 못 느끼는 단계가 된 것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세밀히 진찰하여야 한다.
/기고자: SNU서울병원 곽상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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