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코로나19 XBB 변이, '새 백신' 맞아야 할까?
미국에선 이미 XBB 변이의 하위 변이인 EG.5가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고, 우리나라도 1~2주 내에 EG.5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G.5는 기존 변이보다 중증도가 크지 않다지만, 여전히 노인과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선 치명적이다. 그러나 XBB 변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10월에야 국내 접종에 사용될 예정이다. 새 백신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기존 백신이라도 맞아야 할까?
◇이미 ’코로나 유행 적신호’… 고위험군, 기존 백신 접종 권고
전문가마다 다소 견해차가 있으나, 고위험군은 기존 백신이라도 활용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백신 접종, 자연감염 등을 통해 얻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백신을 기다리다간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최근 코로나 감염자, 중증환자가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며 "고위험군은 기존 백신을 활용해 지금 추가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국민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자연면역을 얻었고, 고위험군은 작년 말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며 "그러나 그 시기가 6개월 이상이 지나 특히 고위험군은 면역력이 매우 낮아진 상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확산이 심상치 않음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병원은 이미 코로나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환자가 꽉 찼다. XBB 변이의 중증도가 높진 않으나 대부분 감염자가 중증도 위험이 큰 고위험군이다 보니 과부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진남 교수는 "7월 초와 비교해보면, 당시 입원환자 중 위중증환자는 120~130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80명 이상이다"며 "특히 확진자 중 사망자의 93%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XBB 변이 자체가 중증도가 높진 않으나 면역 회피 능력이 매우 뛰어나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 등을 통해 면역력이 구축된 사람까지 감염시키고 있다"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겠으나, 백신의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것보다 기존 백신으로라도 일찍 백신 추가 접종을 시작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7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위기상황은 더욱 정확하게 감지된다. 지난 1주일간 재원 중 위중증 환자 수는 하루 평균 185명으로 직전주 174명보다 11명 늘었다. 일주일간 사망자 수는 직전주(97명)과 비슷한 98명이나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정진원 교수는 "코로나 유행경향을 볼 때, 고위험군은 새로운 백신을 기다리기 위험한 정도의 상황이다"며 "젊고 건강한 사람은 상관없겠으나 고위험군은 새 백신이 나오는 10월까지 버티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가장 좋은 백신은 지금 맞을 수 있는 백신'이란 말이 있다"며 "새 백신이 들어오면 추가 접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나,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고위험군은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유행 양상과 백신 접종 주기를 고려한다면, 고위험군이라 해서 급하게 백신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 백신 접종 간격은 최소 3개월이다”며 “만일 지금 BA 4, 5를 표적으로 한 기존 백신으로 접종하게 되면 10월에 접종을 하기 굉장히 애매한 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접종 간격이 너무 짧으면 면역 소모 현상이 일어나기에 고위험군이라도 추가 접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 접종(1, 2차 접종)도 하지 않은 고위험군이라면 기존 백신으로 지금이라도 접종을 하길 권한다”며 “그러나 지난 동절기 추가 접종까지 마친 경우라면, 우선은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XBB 백신 접종 일정이나 코로나 확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겨울철 대유행 반복 가능성 커, 일반인도 XBB 백신 접종 필요성 커
그렇다면 건강한 일반인은 어떨까?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XBB 백신을 기다렸다가 접종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한 XBB가 지난해처럼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진남 교수는 "XBB 변이는 BA 4, 5 표적 백신 접종 등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면역이 생긴 사람의 면역체계까지 뚫고 감염을 일으킬 만큼 면역 회피능력이 매우 뛰어나 이전만큼 코로나가 대유행 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한 일반인은 개인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기다렸다가 XBB를 표적한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2~4월경 대유행을 경험한 이후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동절기를 무사히 넘기려면 일반인도 예외 없이 새 백신은 접종하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진원 교수는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100%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건강한 사람의 접종은 사실 선택의 문제이다"면서도 "분명한 건 접종자가 감염 위험이 더 낮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감염률이 상승한 데에는 건강한 일반인인 가족, 간병인 등의 접촉이 있었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기존 접종지침과 마찬가지로 고위험군과 함께 생활한다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새 백신이 나오면 접종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XBB 백신 접종 자체를 선택의 영역에 두고, 상황에 따라 권고 강도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우주 교수는 “도입 예정인 XBB 백신은 XBB 1.5를 표적으로 한 단가백신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 XBB EG.5 변이이다”며 “도입 예정인 단가백신이 XBB EG.5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동절기에 또다른 변이가 나오진 않을지 등에 따라 접종 권고가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행의 규모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중증화율을 낮추기 위한 고위험군 위주 접종이 유지될 수 있다”며 “그러나 만일 지난해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만큼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접종이 보다 강하게 권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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