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발표 하루 앞... 민주당 '대의원제' 갈등 고조
[박소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대의원제 관련 혁신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의원제가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 청년, 노인 등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문제와도 얽혀있다는 새로운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박홍배 민주당 노동위원장은 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 혁신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의원제와 관련해, 대의원제 폐지가 만약에 논의되고, 지도부에서 결정되고, 당원 투표에 의해서 결정될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 무거운 한 마디를 남겼다.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은 제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파기 가능성은 매우 상당히 높다, 이 점을 지도부에서 꼭 염두에 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표성' 문제 제기 또... "대의원 없애면 보정 기능 사라져"
박 위원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2011년 12월 16일에 당시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의 합당 선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며 "지금의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영구적인, 항구적인 정책연대 관계는 대의원제와 노동 권리당원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11년 당시 이용득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들어가고, 지금도 당 상임고문이고, 지명 최고위원도 (당이) 늘 노총에 의사 타진을 한다"며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관계를 보충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저희들도 조합원들에게 당적 갖기 운동을 하고, 이번에도 일부가 가입했다"며 "이걸 그냥 당원 1인 1표로 하면 과소비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초기에는 (대의원제의 필요성과 관련해) 지역 부분만 부각됐는데, 저희 노동위원회라든지 청년위원회, 노인위원회마다 문제의식을 대표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대의원을 배정하는 게 당규"라며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대표성을 보정하는 기능이 사라져 버리는 거다. 사실 되게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의원제의 지역 안배 기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때 대의원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라며 "제가 당직자로서 당헌 만드는 TF팀장을 했는데, 당시 보니까 영남 지역은 국회의원 선거구당 20~30명의 당원도 없고 호남은 몇 천 명씩 갖고. 그러면 전국 정당화를 위한 지역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대의원제를 마련) 했는데 지금은 수도권이 워낙 세져서 호남 출신마저 최고위원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는 정도가 돼버렸다"며 "지역 안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 중심으로 간다면, 앞으로 (수도권) 중심이 점점 강해진다고 한다면 호남 출신들마저 한 명도 전당대회에서 뭔가 일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하지만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의원제 폐지, 누구나 1인 1표, 민주주의 원칙을 누가 막으랴"라며 "대의원제 폐지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더 불가능하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왜 하필 지금이냐'고 또 반대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도, 지방자치 선거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1인 1표제"라며 "민주 정당이라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왜 대의원은 100표, 권리당원은 1표여야 하나"라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 역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이 대의원의 60분의 1표를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뜻과 생각을 정당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며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관여해 임명하는 1만 6천 대의원보다 130만 권리당원들이 더 국민과 가까이 있다. 혁신위가 민주당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혁신안을 제안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대의원제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당원 수 증가에 따른 표의 등가성 문제, 선출 방식 변경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의원제 자체가 당내 첨예한 이슈인 데다 혁신위가 공천 규칙 관련 제안도 검토 중인 만큼 오는 10일 혁신안 발표의 후폭풍은 적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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