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리시장과 구리시의회의장, 안 만나나 못 만나나

이도환 2023. 8. 9.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적절한 타협과 중재의 지혜가 필요한 때
“화살이 빗나가면 화살을 쏜 자신을 탓하라(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구리시청 전경.ⓒ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다. 음력 7월 7일이 바로 그날인데 올해에는 8월 22일이 칠석날이다.

견우와 직녀에 대한 전설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의 공통된 문화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견우와 직녀는 그나마 1년에 한 번은 만나는데 1년이 지나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백경현 구리시장과 권봉수 구리시의회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행사장 등에서 얼굴을 마주친 적은 매우 많겠지만 독대의 자리는 전무했다.

구리시는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고 1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성과를 내기에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갈매·인창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집행부의 계획에 의회가 반대 의사를 표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시의회는 현재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타협과 중재가 필요했지만 그런 지혜가 부족했다. 한마디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근에는 ‘교문동 체육관 근린공원 조성 공사’가 물거품이 된 것과 관련해 전임 시장과 현 시장이 그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토지주와의 관련 소송에서 패해 구리시의 공원 조성 계획이 무산되자 그 책임을 놓고 전임 시장이 SNS에 현 시장의 책임이라고 공격하자 현 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시장의 재임시절 업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권봉수 구리시의회의장은 “당시 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담당 공무원들 중에서도 고위직은 모두 퇴직한 상황에서 책임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당시 실무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된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매우 다각적이며 복잡하다. 구리시 시정 소식지 제작비와 관련한 집행부와 의회의 줄다리기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소식지 제작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집행부의 예산요청에 의회는 동결로 대답했다. 소식지 예산 문제로 껄끄러워진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는 모 시의원과 시청 홍보팀 공무원 사이의 폭행 시비로 비화되기도 했다. 물론 서로 다른 사안이며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시기가 절묘했다. 의회의 예산 삭감 후에 바로 폭행 사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은 의회와 시청 홍보팀의 껄끄러워진 관계가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지갑이 홀쭉해진 집행부는 최근 소식지 지면을 줄이며 홀쭉해진 소식지를 발행했고 소식지 속에 4페이지를 할애하던 의회소식을 달랑 1페이지로 줄이면서 내용도 없이 사진만 2장 덩그러니 게재하기도 했다. 소식지를 확인한 독자들은 ‘이 정도면 인쇄 사고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구리시립합창단 공연을 놓고 준비된 노래를 갑자기 변경한 것에 대해 시의회의장이 “현 시장의 심기 경호를 위해 예고된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은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고 문화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갈등의 골이 깊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살을 쏠 때 화살이 빗나가면 화살을 쏜 자신을 탓하라.” 공자가 한 말이다. 세상을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탓하라는 뜻이다. 모든 실패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하라는 충고다. 화살을 겨눌 때 생긴 아주 작은 차이가 과녁에 도착할 때에는 엄청나게 커지기 마련이다. 겨눌 때 조절해야지 쏜 다음엔 조절이 힘들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며칠 지나면 ‘칠월칠석’이다. 간극이 더 커지기 전에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조율하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폭염이 이어지고 잼버리는 어리버리해지고 태풍은 다가오고 있다. 시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럴 때 시장과 의장이 만나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잔 기울이며 얽힌 실타래를 풀어 사소한 것은 훌훌 털고 중요한 것은 조각을 서로 맞춰 큰 그림을 완성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작교는 구리에 없지만 구리시에는 그 유명한 돌다리가 있지 않은가.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