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서울·평양 동시에 때린다…한라산서 백두산까지 '태풍전야'

정은혜 2023. 8. 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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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접근 중인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해안에 강한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은 1951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종단하는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평양을 지나가며 직접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처음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시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의 강도 ‘강’ 상태로 통영 서쪽, 남해안 중심부로 상륙해 10일 오후 3시쯤 중심기압 980hPa, 강도 ‘중’으로 충청북도 청주 부근을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0일 오후 9시 서울 동쪽 가장자리를 쓸고 올라가 11일에는 평양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평양 남쪽과 서북쪽을 지나간 뒤 평양 북서쪽 약 13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변질되며 태풍의 생명을 끝낼 것으로 예측된다.

김주원 기자


현재 예측대로라면 카눈은 한반도를 남쪽에서 북서쪽으로 종단하게 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우리나라를 덮고 있던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가 벌어지며 한반도를 종단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며 “이렇게 좌측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우측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잡은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최대 초속 40m 강풍 부는 남부…영향 불가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의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변수는 카눈이 상륙 후 만나는 지리산과 덕유산, 태백산맥이다. 한반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첫 태풍이 험준한 한반도 산악 지형을 만나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미지수이지만, 태풍이 ‘강’ 상태로 진입하는 남부 지역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해안도로에서 주민들이 마을 침수를 막기 위해 모래를 가득 담을 포대를 쌓아 제방을 만들고 있다. 뉴스1

특히 경상권 남해안과 동해안, 전라권 동쪽 남해안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0m를 넘나들 전망이다. 초속 40m는 기차가 탈선하고 허술한 집은 붕괴될 수 있는 수준이다. 태풍이 예상 경로대로 움직인다면 남부지역과 영동지역, 충청권 서해안 지역은 순간 초속 25~35m의 바람(지붕이 날아가고 나무 뿌리째 뽑히는 수준)이, 그밖의 충청권과 경기 동남부· 경기권 서해안도 비슷한 수준인 초속 20~30m의 바람이, 서울과 경기북부에는 초속 15~25m의 바람(간판 떨어질 정도)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상대적으로 예상 풍속이 약한 지역에 부는 바람도 매우 강한 바람이다. 전국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옥 기자

진로 서쪽 이동하며 서울-평양 함께 타격


태풍 진로가 서편향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역이 태풍의 위험반원(태풍의 눈 우측 지역)에 들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9일 오후 4시를 기해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 제주도해상, 남해상 등에 태풍 특보를 발효했다고 밝혔다. 경남권과 일부 전남, 경북에는 호우 특보가, 남해안과 경상 동해안에는 강풍 특보가 발효됐다.

중부지방은 9~11일 사이 수도권, 서해5도, 강원 영서 지역에 100~200㎜, 강원영동 200~40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영동 지역에 많은 곳은 600㎜ 이상의 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면서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파라솔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9~10일 사이 충청권, 전라권은 100~200㎜, 전남 남해안과 전라 동부 내륙에 많은 곳은 300㎜ 이상의 비가 예상된다. 경상권은 100~300㎜, 내륙과 해안의 많은 곳은 40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제주도도 100~200㎜(산지 많은 곳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폭염은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10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3~26도, 낮 최고기온은 26~30도로 예보됐다. 하지만 11일 다시 전국 최고기온이 28~33도로 예상되고 있어, 태풍 이후에 폭염이 물러날 지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7호 태풍 ‘란’은 일본 남부 해상에서 도쿄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카눈이 한반도를 지나며 소멸한 이후 기압계가 재편되면 란의 경로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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