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비상" 대통령 지시 다음날 천안시가 만든 문건
[김지현 기자]
▲ 지난 8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 기숙사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입소하고 있다. 이날 백석대에는 스웨덴, 마다가스카르, 벨기에, 니카라과, 세네갈, 카메룬 등에서 온 1600 명이 입소할 예정이다. |
ⓒ 백석대 제공 |
9일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충남 천안시의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체류지원계획 보고'(아래 잼버리 체류지원계획)에 따르면 8일부터 12일까지 천안시청 공무원들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머무르는 숙소에서 현장 대응 업무를 보고, 의료·식품 지원 및 관광 프로그램을 급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참고로 천안시는 이번 잼버리 참가자 4만여 명 중 약 10%인 3480명을 수용했다.
▲ 지난 8일 오전 11시에 천안시청 각 부서에 하달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체류지원계획 보고'. 천안시는 전체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 4만여 명 중 3480명을 수용했다. 이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많은 수용인원이다. |
ⓒ 천안시청 |
천안시의 잼버리 체류지원계획은 8일 오전 11시에 시청 각 부서로 하달됐다. 이날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참가자들이 철수한 당일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금 이 시각부터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스카우트 학생들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을 차질 없이 시행하라"고 지시한 바로 다음 날이다.
천안시는 8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13개국 3480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을 9개 시설에 분산 수용하기로 돼 있었다. 그중 백석대학교 백석생활관에는 스웨덴 등 7개 국가 1200명의 잼버리 참가자를 받았다.
천안시는 총괄지원반(담당 자치민원과장), 현장대응반(행정지원과장), 의료·식품지원반(보건정책과장), 프로그램운영반(관광과장)을 편성했다. 총괄지원반은 운영 총괄 역할을, 현장대응반은 생활 편익 지원 관리, 의료·식품지원반은 의료체계 구축 및 식사 미제공 시설 도시락 급식 추진, 프로그램 운영반은 관광 및 체험프로그램 지원 등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현재 전국 각지로 흩어진 잼버리 참가자들이 숙소시설에 묵고, 각종 문화·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황으로 볼 때, 상당수 지자체가 이같은 체계를 꾸려 잼버리 참가자 대응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천안시의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체류지원계획 보고'에 따르면 9개 숙소시설에 공무원을 동원해 현장대응 및 의료·식품지원 등의 업무를 하게 했다. 문서 속 "9개소 *2명 *5일" 표기는 일반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숙소시설엔 3인 1조(일반직2, 간호직1)가 동원된다. |
ⓒ 천안시청 |
이중 '현장대응반'의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는 응급상황 발생시 대응하는 간호직 차출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업무와 관련한 명확한 업무 분장이 없다는 것. A씨는 "현장에 차출된 인원들에게 물어보니 문화 체험 프로그램처럼 참가자들의 이동이 필요할 때 인원 체크 같은 업무를 주로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참고로 9일 천안시에 있는 잼버리 참가자들은 보령 머드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두 번째 문제는 열악한 노동 조건이다. 각 숙소에서 현장 대응을 하는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은 첫 번째 타임 오전 9시~오후 6시, 두 번째 타임 오후 6시~익일 오전 9시까지다. 두 번째 타임 근무자들의 노동 시간은 야간 근무를 포함해 모두 15시간이다. 현재 천안시 공무원노조와 시청은 초과근무 공무원에 대한 조치를 논의 중이다.
"태풍 대비도 해야 하는데... 재앙이다"
천안시청 관계자 A씨는 "각 지자체로 업무가 내려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웠다"면서 "잼버리 체류지원계획 문서를 보니 '받아야 하니까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급작스러운 대응은 천안시뿐만 아니라 충남 7개 시군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잼버리가 지자체 행사가 아님에도 중앙정부의 조치로 인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급작스럽게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무원들이 '그래도 우리 지역에 온 손님이니 좋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갈 수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파행된 새만금 잼버리의 하중을 지자체가 분담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장희 공무원노조 충남세종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오는 태풍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잼버리 업무까지 나눠 맡아 재앙"이라면서 "잼버리가 지자체 주관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건데, 대통령의 방침 지시에 업무가 전국 지자체로 분산되면서 불똥이 공무원들에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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