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동원령' 성일종 의원, 본질은 군대가 아니다

이현파 2023. 8.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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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파행' 잼버리, 케이팝팬과 축구팬 뿔나게 한 이유

[이현파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 빅히트뮤직
 
2주 전만 해도, '잼버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인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을 거치면서, 거의 모든 한국인이 '2023 새만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라는 이름을 들어보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이 모였지만, 준비 소홀로 인해 수백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바가지요금, 비위생적인 환경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되었다.

이에 당국은 8월 11일 열릴 예정인 케이팝 콘서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POP SUPER LIVE '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케이팝 콘서트는 당초  8월 6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잇단 사태에 6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을 취소하고, 8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새만금 일대가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측되자, 다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소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KBS2 뮤직뱅크의 8월 11일 방송분이 결방 처리되었고, 걸그룹 뉴진스, ITZY, 권은비 등 뮤직뱅크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들이 잼버리 콘서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으로 '국격' 회복?

지난해 10월 부산 공연 이후 완전체 활동을 멈춘 방탄소년단 역시 소환되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에 세계잼버리대회 케이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국방부에 요청하는 글을 썼다.

성일종 의원은 "이번 대회는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국격이 추락하는 행사"라고 지적하는 한편, "특히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 (멤버)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완전체 활동 중단 선언 이후 그룹으로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 정국과 RM, 지민 등이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뷔는 첫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현재 맏형 진과 제이홉 두 사람은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이다. 성 의원의 발언은 방탄소년단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BTS 동원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성일종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대 보낼 때는 언제인데 수습을 BTS 보고 하라고 하냐며 섭섭해하시는 것 같다", "BTS의 병역 특례를 추진했던 의원이 바로 저다"라고 대답했다.

문제의 본질을 전혀 깨닫지 못한 대답이었다. 본질은 군대가 아니다. 성 의원은 "BTS가 잼버리 콘서트를 통해 국격을 높일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정부에 의해 동원되는 풍경 자체가 국격을 떨어뜨린다. 문화예술계가 정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시대의 믿음에 가깝다.

성 의원은 지난해에도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의 군 면제를 주장하면서 "BTS가 나온 뒤 대한민국 문화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빌보드에서 한번 우승하면 1조 7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케이팝 아티스트는 국위선양의 수단, 경제적 환산 가치로만 존재할 뿐이다.

비슷한 풍경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방탄소년단의 취임식 공연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소속사인 하이브 측에서는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고,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하는 공연할 자유, 축구할 자유는 없나 
 
 8월 6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케이팝 슈퍼 라이브'. 오는 8월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한편, 케이팝계 뿐 아니라 축구계 역시 잼버리의 여파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8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A컵 4강전 경기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전북 현대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불쾌함을 표했다. 전북 현대는 물론 상대팀인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팬 역시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를 앞두고 구단과 원정팬들이 훈련장과 인근 숙소를 예약했지만, 헛걸음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구단의 일정 변경이 무색하게, 공연 장소는 FC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급하게 무대가 설치되고 있지만,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가운데 잔디가 훼손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언급했다. 그 자유의 개념은 과연 어디까지 포괄할 수 있을까. 그 자유에는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무대에서 노래할 자유, 축구팀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 경기를 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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