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DP대비 태풍 피해액 세계 3위 “기후변화 적극 대응해야”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난해 슈퍼태풍 '힌남노'급 위력을 떨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반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0여년간 발생한 태풍이 앞으로 주요 국가에 누적적으로 미칠 경제 피해를 예측한 결과, 한국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피해 규모가 일본과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클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아시아 지역에선 태풍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제5호 태풍 ‘독수리’가 덮치면서 중국 베이징에선 현재까지 33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5만9000채가 무너지고 약 129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태풍 카눈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욱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로 인해 지리적으로 태풍에 취약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 피해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도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11명이 숨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이 침수돼 수 개월간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등 태풍 피해가 큰 지역에 속한다.
9일 세계기상기구(WMO)의 ‘2022년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평균기온은 기록상 두 번째로 높았다. WMO 관측 기준으로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0.72도 높고, 1961~1990년 평균보다는 약 1.68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아시아에서 81건의 기후 관련 재난이 발생했는데 이 중 83% 이상이 홍수(46건)와 폭풍(21건) 관련 재난이었다. 5279명이 목숨을 잃는 등 520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360억 달러(약 47조5562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254억 달러)는 직전 20년(2002년~2021년)간의 피해액(246억 달러)을 웃돌았다. WMO는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기후재난에 취약한 곳이 많다”며 “취약한 상태에서 기후재난이 덮치면 매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솔로몬 시앙 미국 버클리대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태풍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해당 시점부터 최소 20년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상위 10%에 해당하는 대형 태풍의 경우 태풍이 없었다고 가정할 때와 비교했을 때 20년 후 평균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을 7.4%나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연구팀이 1950~2008년까지 전세계에서 발생한 열대성 태풍이 각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친 누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인류가 경제성장을 선호하는 반면, 기후변화 대응에는 소극적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장기간에 걸친 자연재해 증가로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720ppm에 달하고, 동아시아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3도 상승한다.
그 결과 2100년까지 대한민국의 GDP 손실액은 현재 가치로 1조264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4조4611억 달러), 중국(1조3645억 달러)에 이어 3위였다. GDP 대비 피해 규모로 보면 일본(101.5%). 필리핀(83.3%)에 이어 73%로 세계 3위였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12.6%, 5.9%였다. 한국이 상위권을 기록한 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규모 대비 태풍 피해가 잦고, 주요 생산시설의 밀집도가 높아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란 지적이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그간 태풍은 극한 기상현상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과거에 비해 강도와 빈도가 커지는 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며 “앞으로도 태풍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태풍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ㆍ중국ㆍ일본이 위성정보를 공유한다든지 해서 태풍 경로와 강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최대한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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