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나를 스토킹" 망상…최원종 '사이코패스' 검사한다
“밖에 나갈때 30㎝ 사시미칼 들고 다니는 23살 고졸 배달원”(7월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이제 나 그만 괴롭히고 내 얘기 좀 들어보셈”(8월 2일 온라인 커뮤니티)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으로 확인된 글들이다. “누군가 나를 스토킹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을 벌였다는 게 경찰이 내린 결론이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분당경찰서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살인 및 살인미수·예비 혐의를 적용해 1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원종은 3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날인 지난 2일 집 인근 대형마트에서 흉기 2점을 구입하고 범행 장소인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과 AK백화점을 둘러봤다. 당시는 “범행하기 두렵다”는 생각에 돌아섰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3일 오후 5시56분쯤 어머니 명의의 차를 타고 인도로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또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하는 등 총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차량에 받힌 보행자 5명 중 60대 여성 1명이 사망했고 다른 20대 여성 1명도 현재 뇌사상태다. 흉기에 찔린 시민 9명도 모두 중상이다. 부상자 중 2명은 위중한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원종은 지난달 26일에도 온라인을 통해 흉기를 구매했는데 “나를 방어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피해망상이 최원종 범행의 직접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원종은 2015년~2020년 2개 병원에서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최근 3년간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거 당시부터 최원종은 “나를 스토킹하는 집단이 있다” “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범행을 하면 경찰이 이 스토킹 집단을 수사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횡설수설했다.
최원종, 일관되게 “스토킹 집단이 감시” 주장
최원종의 휴대전화 2대와 PC 포렌식 조사한 결과에서도 ‘스토킹’ ‘조직’ ‘방사선’ ‘전파 무기’ 등 최원종의 피해를 주장하는 검색어가 확인됐다. 최원종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14건의 글을 올렸다. 게시한 글 중 ‘흉기를 들고 다닌다’‘나를 괴롭힌다는’ 내용에 대해선 “(나를 감시하는) 스토킹 조직이 이 글을 모두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고성으로 올렸다”고 진술했다. 범행 전날 올린 ‘서현역 지하에 디저트 먹으러 가는 중’이라는 글은 “스토킹 조직을 유인하기 위해서 썼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먼저 범행을 하지 않으면 내가 더 피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원종은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후회한다. 범행 직전으로 돌아가면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해자 중에 나를 스토킹한 사람들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경찰은 지난 6일부터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최원종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하고 있다. 최원종은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부모의 집에서 나와 범행 직전까지 혼자 살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과도 거의 연락·교류하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경찰에도 대인기피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최모란·손성배·이영근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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