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기업]공유경제 신화였던 위워크, 파산위기로 내몰린 까닭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한파·경쟁 심화에 휘청
한 차례 상장 실패 후 회복 노력했지만 몰락
'공유경제의 신화'라 불리던 글로벌 공유 오피스 서비스업체 위워크가 사실상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400억달러(약 52조6000억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했던 위워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 위워크, 직접 "사업 지속 능력에 상당한 의구심" 밝혀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위워크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에 "영업 활동에 의한 순손실과 부정적인 현금 흐름은 우리가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substantial doubt)'을 자아낸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동성 포지션과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부채의 재융자 또는 재구조화, 추가 부채 또는 자기자본 모색, 사업 활동 축소 또는 연기, 자산 매각, 미국 파산법에 따른 구제를 포함한 모든 전략적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위워크 주가는 공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만 전장대비 25%가량 하락한 16센트(약 210원)까지 주저앉았다. 2020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2021년 10월 13달러까지 치솟았던 위워크 주가는 지난 3월 1달러선 아래로 내려왔고, 이날 정규 장에서는 21센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시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95% 이상 하락한 것이다.
위워크의 주가 하락은 실적에서 기인했다. 위워크는 지난해에만 23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순손실이 7억달러에 달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처음 투자했던 시점인 2017년 말 이후 위워크에서 발생한 총 순손실 규모만 150억달러로 집계된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의 투자 손해를 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2018년 한 때 400억달러를 넘기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4억5000만달러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데이비드 톨리 위워크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러운 수요 감소로 인해 과잉 공급 현상을 겪고 있고, 유연한 업무 공간을 둘러싼 시장 경쟁 심화로 회원들이 예상보다 많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경제 변동성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 '유니콘' 위워크의 추락…상장 성공에도 사업 회복은 실패위워크의 이번 고백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혼돈의 시기를 겪으면서 위워크는 여러 차례 휘청였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바닥을 기어 다니자 지난 4월 위워크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요구로 30거래일 연속 주당 1달러 미만을 기록해 상장폐지 우려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낼 정도였다. 전 세계에 공유경제 붐을 일으킬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위워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워크는 2010년 이스라엘 출신의 사업가 애덤 뉴먼과 미국 디자이너인 미구엘 매켈비가 공동 창업, 사무실 공간을 대여하는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 공유경제의 신화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니콘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며 2019년에는 기업가치를 47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당시 위워크는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무실 공간을 소유하는 기업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공 가도를 걷던 2019년 위워크는 대형 위기에 직면했다. 뉴먼 창업자가 야심 차게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는데 회계 처리 문제와 과도한 지출, 고평가 논란 등이 일면서 상장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이를 계기로 뉴먼 창업자는 회사를 떠났다. 위워크의 최대 주주였던 소프트뱅크는 구제책으로 100억달러를 투입하고 대규모 정리해고 등을 단행해 사업을 다시 정비하게끔 했다.
그렇게 어렵게 회복한 위워크는 결국 2년 뒤인 2021년 당시 유행하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상장 직후에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점차 줄어들면 위워크의 사업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위워크가 기반을 둔 미국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여파는 계속됐다. 특히 유연 근무 확대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또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 경제적 요소까지 타격이 됐다. 임대한 건물을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 등에 빌려주고 이익을 챙기는 사업 구조상 비교적 장기로 계약해둔 건물 임대료는 높고 유연 근무 확대로 공유 오피스 수요는 감소해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워크가 결국 파산하고 건물 임대료 지급이 중단된다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임대업자들에게 큰 고통이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워크는 현재 미국, 한국 등 33개국에서 610개 지점을 운영하며 51만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 수는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사무실 공간 점유율은 같은 기간 1%포인트 하락한 72%다.
위워크는 이날 공시에 구조조정과 임대 조건 재협상을 통한 비용 절감, 이탈 회원 축소를 통한 수익성 확대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입이나 추가 주식 발생, 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 자금도 조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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