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멈추는 법도 알아야
[김은미 기자]
▲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표지 |
ⓒ 문학동네 |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가 서로에게 보냈던 이 서간문은 '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시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이제 그만 쉬라고, 나가서 같이 놀자고 권하는 우정의 종류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을 기꺼이 펼친다.
누군가는 말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라는 제목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고.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초조해지고, 제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 100통쯤 편지가 이어지기를 바랐다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나기 전까지는 그다지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작가들은 고백했다. 그래서였을까. 편지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연애를 시작하는 남녀의 모습 같기도 하고, 펜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고, 친구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 같기도 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산뜻해졌다. 찔끔 찔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훗~' 하고 웃음이 삐져나오기도 하면서, 너무나 다정한 인사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선우씨의 책을 읽고 비로소 '뒤에 올 여성 후배들을 위해서 눈에 보이는 증거가 되는 일'에 대해서도 훨씬 더 고민하게 되었어요.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22쪽)
김혼비 작가는 번아웃이 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물미역처럼 꾸역 꾸역 계속하다가 멈추는 법을 잊어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황선우 작가는 그런 김혼비 작가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적극적으로 더 많은 일을 거절하는 데 성공하기를, 잘 먹고 잘 자는 생활을 쟁취해 내기를, 그래서 마침내 더 많은 쉼을 사수하기를 바란다'(75쪽)고 대차게 위로를 건넨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언제든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74쪽)
황선우 작가는 동거인 김하나 작가와 '서울사이버 음악대'를 결성해서 리코더와 우쿠렐라로 합주를 하곤 한다. 두 사람의 연주 틈으로 타악기 하나가 끼어들었다. 맑은 소리를 가진 김혼비 작가의 목탁 연주이다. 최근 북토크에서 세 명이 연주한 합주는 자칫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마음의 소리로 들어보니 매우 조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불협화음에서 시작해 결국 끝음을 정확히 맞춰내는 과정에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순간보다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듯 보였다. 잘 살기 위해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실천하는 일, 각자의 방식으로 어떤 시도들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낼지 알려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으며 사소한 이야기도 사려 깊게 읽어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북 온 잼버리 영국단원 식비 한끼 3만원... 청주 이재민은 8천원
- [단독] 잼버리 콘서트에 '공공기관 직원 동원령'... 불만 쇄도
- '전세계 망신' 새만금 잼버리... 미안해서 준비한 영화 상영회
- 골프 치겠다고 이 희귀한 꽃을 죽이렵니까
- 성남시의회가 '사생활 침해'라며 감춘 정보의 실체
- 윤석열에게 경고한 <조선>, '잼버리 실패는 대통령 책임' <동아>
- 유아차로 어린이집까지 15분... 폭염에 이러는 이유
- [오마이포토2023] 태풍 '카눈' 코앞... 긴장감 감도는 부산
- 축구계 '잼버리' 비판에 이상민 "부득이한 선택, 콘서트 가장 신경썼다"
- 잼버리 175명 '노쇼'에 혈세 날린 충남도... 공무원들도 "황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