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공조에 이상?…왕이 “독립 공정” 라브로프 “입장 일치”

신경진 2023. 8. 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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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오른쪽) 중국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교부장. 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중국·러시아의 공조에 미묘한 균열이 드러났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9일 보도했다. 지난 5~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린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직후 이뤄진 중·러 외교장관 통화 후 러시아 측은 서방에 대한 공동 대응과 입장의 일치를 강조한 반면, 중국 측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 6월 24일 덴마크에서 열린 1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러시아와 함께 불참했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재한 이번 2차 회의엔 예상을 깨고 참석했다. 한국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하는 등 40여 개국 대표가 제다에 모인 이번 평화회담에 중국은 리후이(李輝) 유라시아 사무 특별대표를 파견했다.

제다 회의가 끝난 뒤인 7일 왕이(王毅) 중국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이번 통화는 왕이 정치국위원이 친강(秦剛) 낙마로 공석이 된 외교부장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왕 위원은 통화에서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의 방러 이후 양국 간 전략적 협조 및 실무적 협력 모두 새로운 진전을 거뒀다”며 “국제 및 다자무대에서 세계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중·러가 마땅히 맡아야 할 국제적 책임”이라고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문제의 입장 차를 숨기지 않았다. 왕 위원은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에서 중국은 어떠한 국제 다자 회의에서 모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 평화회담을 적극적 추동하면서 정치적 해결을 힘껏 모색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중국과 의견의 일치를 강조했다. 같은날 러시아 외교부는 “양국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서구 블록의 대립적인 정책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제재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중·러의 발전을 막으려는 시도에 주목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국제 문제에서 동일하거나 크게 일치하는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는 발표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전문가는 중·러의 우크라이나 해법 차이를 ‘글로벌 사우스’의 주도권 경쟁으로 풀이했다. 웨이바이구(魏百谷) 대만 정치대 러시아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만큼 ‘독립 공정’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며 “러시아가 중국과 서구 블록에 반대한다고 강조하며 국제 사무에서 입장의 일치를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묘한 차이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코펜하겐 평화회담에는 불참하고, 제다 회담에 참석한 것은 서구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의제에는 참여를 피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의제에는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러시아, 야만적 법 집행” 항의문 발표도


앞서 중·러는 영사 문제로도 충돌했다. 지난 4일 주러시아 중국 대사관은 이례적으로 러시아 외교부를 향해 '야만적인 법 집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중국 대사관 위챗(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공식계정을 통해 지난 7월 29일 카자흐스탄을 통해 러시아에 입국하려던 중국 국민 5명이 러시아 검문소에서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비자가 취소되고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주러 중국대사관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서 야만적인 법 집행과 과도한 행위로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익을 엄중하게 침해했다”며 “이는 중·러 관계의 우호적인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러의 미묘한 균열은 오는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영장 발부로 체포 대상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이미 라브로프 외교부장이 참석하고 자신은 화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브릭스 정상회담은 지난 3월 모스크바 방문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해외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담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9일 홍콩 피닉스TV가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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