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대원 받은 충남 대학들 날벼락 "갑작스런 통보 후..."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9일 건양대 교정에 헝가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
ⓒ 서준석 |
새만금을 떠난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태풍을 피해 전국으로 흩어졌지만, 각 지역에서도 숙식과 수송 제공 외에 뾰족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총괄 부서 마저 제각각이어서 혼선은 여전하다.
개최지인 전북과 인접한 충남의 경우 5000여 명 가까운 학생이 도내 7개 시군으로 나누어 배정됐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는 주로 기숙사가 있는 충남 소재 대학과 충남인재개발원, 수협연수원 등으로 배정됐다.
충남에서 가장 많은 대원이 입소한 곳은 백석대(천안 소재)로 스웨덴 대원 1120명이다. 이 밖에 남서울대(천안 소재, 835명) 등 주로 대학이 집중된 천안에 많은 학생이 배치됐다. 기숙사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앞서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3만 7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8일 오전 태풍 '카눈'을 피해 경기, 충남, 서울, 인천, 충북, 대전, 세종, 전북 등 8개 시도로 흩어졌다.
▲ 9일 건양대 (논산 소재) 교정에 헝가리 스카우트 대원들을 환영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 서준석 |
하지만 갑작스럽게 스카우트 대원들이 들어서면서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는 한계를 보인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각 시군으로 지원체계가 변경되면서 혼선양상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의 경우 대원들이 배정된 숙소로 이동하는데 하루를 허비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전후해 대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숙소가 있는 각 대학도 갑자기 통보받았다.
충남에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8일 교육부로부터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문의가 오더니 갑자기 12시쯤 학생 800여 명이 도착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며 "도착 시간, 도착 후 어떻게 해야 할지, 식사는 어찌해야 할지 등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 도착한 대원들도 자신들이 어디로, 왜 왔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고 썼다. 이 관계자는 "방학 중이라 문 닫은 식당을 재가동하도록 하는 등 정신없이 오후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9일의 경우 충남에 모인 대원 전체가 보령머드축제 체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직 이후 세부 일정은 나와 있지 않다.
건양대(논산시 소재)에는 헝가리 대원 212명이 짐을 풀었다. 대학 관계자는 "어제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학생들이 연차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충남도의 경우 자치행정과 내에 총괄본부를 꾸렸다. 충남도총괄본부 관계자는 "내일은 태풍이 와서 마련된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은 행안부에서, 숙식은 각 대학에서 맡고 있고 프로그램은 각 시 군청이 자체적으로 실정에 맞게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천안지역 대학에서 숙식하는 대원들은 오는 11일 천안시가 주최하는 'K컬처 박람회'와 일정이 맞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후 12일 오전에는 퇴소 후 K팝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12일 퇴소 후 천안독립기념관 단체 관람을 한 후 서울로 이동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숙식을 마련, 제공하고 있는 각 대학 관계자는 '대학 측에서는 숙식만 제공할 뿐 세부 일정은 대학이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편의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개인용품을 제공하고 실내 수영장과 배드민턴장을 개방하고 기숙사 등 관계 직원들이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석대 관계자도 "식당은 물론 편의점, 커피숍까지 문을 열고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대원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문화 체험?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영 생활을 하면서 개척정신과 호연지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잼버리 정신을 기르는 것과는 거리가 먼 관광 체험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풍이 오고 있기는 하지만 충남 시군마다 해변 또는 숲속에 잘 조성해 놓은 야영지가 많은데 대학 기숙사나 연수원으로 숙소를 일괄 배정하고 관광 체험 위주 일정을 짠 데 대한 비판이다.
충남 태안에 사는 정아무개씨(52)는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4박 5일간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도록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오는 12일 K팝 공연 관람 전까지 전국 자치단체로 대원들을 피신시켜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대원 활동을 했다는 이아무개씨(37, 충남 홍성 거주)는 "생활은 연수원이나 기숙사에서,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활동은 관광지에서 하는 것은 잼버리 정신과 거리가 멀다"며 "관광지 체험과 K팝 위주의 활동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 풍습을 세계 속에 알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북 온 잼버리 영국단원 식비 한끼 3만원... 청주 이재민은 8천원
- 잼버리 175명 '노쇼'에 혈세 날린 충남도... 공무원들도 "황당"
- '전세계 망신' 새만금 잼버리... 미안해서 준비한 영화 상영회
- 골프 치겠다고 이 희귀한 꽃을 죽이렵니까
- 성남시의회가 '사생활 침해'라며 감춘 정보의 실체
- 윤석열에게 경고한 <조선>, '잼버리 실패는 대통령 책임' <동아>
- 유아차로 어린이집까지 15분... 폭염에 이러는 이유
- 'KBS·MBC 장악'으로 질주한 '2인 방통위' "이동관 꽃길 까나"
- 갑자기 잼버리에 동원된 공무원들 '근데 뭘해야 하지?'
- "태풍 지나가는데... 잼버리 K팝 콘서트, 목숨 걸고 봐야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