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는 '초전도체' 아냐"…사이언스 "짧고 화려했던 삶 끝나"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검증 연구결과가 최근 2~3일 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앞서 LK-99에 대한 과학계의 '회의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LK-99에 대해 '짧고 화려했던 삶(The short, spectacular life)'이라는 표현을 쓰며 "온라인에서의 명성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계와 사이언스에 따르면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검증하려는 전 세계 곳곳의 연구 결과가 연일 공개됐다. 과학계의 의견은 대부분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보다 온도를 낮췄을 때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성질(레지스턴스 제로)을 보여야 한다. 이와 함께 물체가 자기장을 밀어내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하는 마이스너 효과(반자성 효과)가 나타나야 초전도체의 성질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LK-99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던 지난 1일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가 나와 주목도가 높아졌다. 시네드 그리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이 1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린 LK-99검증 논문이 주인공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에 따라 LK-99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회의적인 시각도 잇따라 나왔다.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은 '아카이브'에 "LK-99의 전기저항이 0이 아닌데다 자기장이 사라지지도 않아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어 인도 과학산업연구회(CSIR)도 1일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초전도체 LK-99 구현은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3일엔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취푸사범대 물리공학부 연구팀이 LK-99 구현에 성공해 해당 물체에 반자성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이 결과가 마이스너 효과로까지 이어지진 않아 초전도 현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밝다.
미국 연구진은 다소 강한 어조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8일(현지시간) 연구소 공식 X(트위터) 계정을 통해 "LK-99는 실온은 물론 극저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며 "게임은 끝났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CMTC는 이보다 앞선 6일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도 있다"라며 긍정적인 결과도 거론했지만 LK-99에서 마이스너 효과를 확인할 수 없고 명확한 임계온도도 규정할 수 없어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기운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프린스턴대·스페인 도노스티아 국제물리센터(DIPC)·독일 막스플랑크 고체화학물리연구소 공동연구진도 8일(현지시간)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닌 '강자성 다상 물질'"이라는 결론을 냈다. 강자성 다상 물질은 외부의 자기장없이 스스로 자기화되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자석의 일종이라는 의미다.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과 대만국립대(NTU), 인도 국립물리연구소(NPL) 등도 LK-99가 초전도성이 아닌 자기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잇따라 제시하며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입장에 힘을 실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8일(현지시간) "(LK-99의) 짧고 화려한 삶이 급격히 높아진 온라인상에서의 명성을 끝내고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 물리학자는 사이언스를 통해 "아마추어같은 연구"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초전도성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데이터 중 일부를 제시한 방식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이언스는 "몇몇 연구진이 LK-99를 구현할 수 없음을 밝혔으나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나디아 노먼 미국 일리노이주대 응축물질물리학자는 "한국인 저자들이 적절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LK-99)제조 기술을 명확하게 공개한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데이터 자체가 약간 엉성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속 전기저항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급강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꾸린 LK-99 검증위원회는 4일 낸 첫 번째 브리핑 자료에서 "아직 LK-99의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검증위는 LK-99에 대한 검증을 계속 진행 중이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