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 피해망상에 빠져 무차별 범행
검색 키워드 대부분 '스토킹', '조직'
14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은 피의자 최원종(22·남)의 피해망상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을)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 59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을 향해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다수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신고 6분 만인 오후 6시5분 최씨를 검거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분당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총 63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현장 폐쇄회로(CC)TV 등에 대한 범행 시간대별 영상 분석, 최씨의 휴대전화 2대와 PC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최원종을 3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프로파일러 면담, 진료기록 분석, 주변인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와 범행 과정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최씨의 진술과 그의 휴대폰·PC 등에 대한 포렌식 조사 결과에 일관적으로 피해망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포렌식 조사 결과 최씨가 검색한 키워드의 대부분은 '스토킹'과 '조직' 등이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토킹 조직으로부터 '방사선'이나 '전파무기' 등으로 공격을 당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최원종이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장소로 서현역을 고른 이유로 최씨는 "거주지 인근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스토킹 조직원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씨가 당초 지난 2일 범행을 실행하려 했으나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범행을 다음 날로 미룬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최씨는 지난 2일 흉기를 구입하고 서현역에 갔지만 실행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두렵고 힘들어서'라고 진술했다"며 "차량을 이용하면 두려움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다음 날 차량을 몰고 범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범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4개의 게시글을 올린 정황도 확인됐다. 최씨는 스토킹 조직이 자신의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생각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스토킹 조직에 경고할 목적으로 '대량학살'과 '범죄가 합법화됐으면 좋겠다' 등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올린 '서현역에 디저트를 먹으러 간다'는 글도 스토커들을 범행 장소로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범행 이후 감옥에 가게 되면 공권력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가) 감옥에서 공권력에 의한 보호를 받고, 범행 후 스토킹 조직이 세상에 알려져 경찰에서 검거하는 상황 등을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최씨의 이번 범행이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의 연관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포렌식 조사 결과 신림동 사건 관련 검색이나 방문 횟수는 유의미할 정도로 많지 않고, 큰 이슈를 접한 수준"이라며 "프로파일러 상담 결과에서도 모방 범죄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범행을 후회한다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의사는 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10일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할 방침이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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