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공방 격화… 與 "어린이를 선전 동원", 野 "일본 대변인 노릇"

이현주 2023. 8. 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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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방류 가능성 높아지자
민주당, 유엔인권이사회에 진정서 제출
국민의힘, 전날 간담회 행사 맹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9일 여야 신경전도 첨예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해 어린이·청소년과 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아동학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6~8세 어린이의 인권을 '프로 정치꾼'들의 불쏘시개로 소비하는 민주당의 아동학대는 저열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어린이를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삼는 짓은 지도자 우상화·체제 선전을 위해 어린이를 동원하는 극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북한의 조선노동당이나 하는 짓을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정당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서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이 어린이들을 '활동가'라고 부르며 대통령과 일본을 성토하게 했다"며 "거대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란 분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정치구호 가득한 그림을 들고 사진까지 찍었다"고 비난했다. 박 의장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북한인 줄 알았다"며 "아이들까지 선동 정치에 끌어들이다니 어른이 할 일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동심마저 거짓 선동으로 물들이는 위험한 '오염 정치', 정치를 떠나 사람으로서도 해서는 안 될 '막장 정치'"라며 "아이들은 선전·선동이 아니라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 이렇게 어린이를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삼는 작태는 지도자 우상화, 체제 선전을 위해 아이들을 동원하는 북한의 행태"라며 "과문한 탓인지 중국도 6∼10세 어린이를 동원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총선 준비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며 "괴담 선동정치가 더는 의도대로 되지 않자 동심을 악용해 감성팔이에 나선 비인도적, 비상식적 행태에 이 대표는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유엔인권이사회 진정서 제출을 위한 서명식을 진행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안전 관련 과학적 대책이 미비한 데다 각종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민주당은 진정서에서 엄격한 방사능 위험 평가 없이 추가로 오염수를 방출해서는 안 된다는 점, 오염수 방출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의혹,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 일명 '세슘우럭'을 반영한 방사성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일본이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는 등 정보접근권이 제한됐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 안전은 뒷전이고 한결같이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유감 표명은커녕 방류 시기는 일본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체와 같은 비용 부담을 주변 국가와 함께하겠다는 대안을 정부가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를 방류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돈이 아까워서 이웃 국가, 전 세계에 피해를 주면서 방류하겠다니 그 비용을 차라리 주변국들이 부담하고 콘크리트나 기타 방법으로 해양 방류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제안해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또 "저들이 저렇게 행패에 가까운 행위를 하니까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핵 폐수, 해양 투기를 용인한다면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15개월 동안 국정 책임자의 무능력과 무책임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위해를 끼치는지 절절하게 실감했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최고위원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해달라고 요구한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얼마나 일본에 우습게 보였는지 기가 찬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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