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계약갱신청구권…계약 연장 대신 새집 찾는 세입자 증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은 늘고, 재계약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대신 새집을 찾아 떠난 세입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1∼7월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 8만4372건 가운데 신규 계약은 4만69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6184건)보다 29.7% 증가했다. 반면 재계약(연장·갱신)은 3만74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1798건)보다 27.7% 줄었다.
특히 재계약 가운데 계약 조건을 바꿔 재계약하는 ‘갱신 계약’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7월 갱신 계약은 전체 전세 거래 중 40.3%를 차지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 갱신 계약 비중은 28.9%에 그쳤다.
갱신 계약 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비중도 지난해 1∼7월에는 2만5042건으로 전체 전세 거래의 30%에 육박했지만, 올 1∼7월에는 8833건(10.5%)으로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또 기존 조건을 그대로 연장하는 ‘연장 계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299건으로 전체의 18.5%였으나, 올해는 1만3017건(15.4%)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전세 보증금이 하락하자 세입자들이 기존에 살던 집에서 조건을 바꿔 더 살기보다는 새집을 찾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5억6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억3517만원보다 3455만원(6.55%) 하락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계약 갱신 시 집주인과 임차인 간의 희망 가격의 차이를 조율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유다. 임차인은 주변 최저 시세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대폭 낮춰주길 바라지만, 집주인은 최고 시세 기준으로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면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셋값이 일부 반등하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며 “집주인은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액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고, 세입자는 최저 시세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역전세난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전세보증금 하락이 전세 거래 유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다”며 “전셋값 하락 시기에는 급격한 전셋값 인상을 막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도 무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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