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망치고 정신 나갔냐"…부안군 '크루즈 출장'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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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원·공무원 14명…3박4일 해외 연수
'전원 조기 퇴영'으로 파행을 빚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군의회 소속 군의원·공무원 14명이 이달 말 해외로 '크루즈 연수'를 떠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부안군의회에 따르면 부안군의원 10명 전원과 의회 사무국 공무원 4명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 4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부안군의원 모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은 30일 싱가포르에서 크루즈 탑승 후 말레이시아를 거쳐 다음 달 1일 배에서 내린다. 이후 이튿날 싱가포르에서 출국해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일정이다. 크루즈 여행 비용을 비롯해 항공비·숙박비 등 경비 4000여만원은 전액 군비로 댄다고 부안군의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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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의회 "벤치마킹 목적"
부안군의회는 이번 해외 출장 목적에 대해 "부안군 크루즈항 여건과 유치 실효성,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점검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을 통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연수 계획은 지난 3일 국외출장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됐다. 부안군의회가 지난달 작성한 원안대로 전체 심사위원 7명 중 외부 위원 5명이 참석, 만장일치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이 가결된 날은 잼버리 대회가 열악한 환경과 운영 부실로 국내외에서 지탄받던 시점이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7일 태풍 '카눈'에 대비해 '전원 조기 퇴영'을 결정했고, 이튿날 156개국 3만7000여 명은 서울 등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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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식 해외 출장" "뻔뻔하다" 비판 쏟아져
크루즈 연수 소식이 알려지자 부안군의회 홈페이지엔 "잼버리를 망쳐 놓고도 정신 못 차리냐" "막가파식 해외 출장" "세금 도둑 잡아라" "정말 뻔뻔하다" 등 비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부안군의회 측은 "부안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크루즈 산업 전반을 경험한 뒤 장단점을 분석해 보기 위해 계획했다"라며 "외유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부안군은 2021년부터 '동북아 해양 레저·관광 중심지' 도약을 목표로 궁항 마리나항만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민간 자금 787억원을 들여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이와 함께 격포항엔 크루즈 기항지 조성 사업도 계획했다.
앞서 부안군은 잼버리를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란 명목으로 2차례 관련 출장을 떠났다. 2019년 10월 군 공무원 13명이 중국 상하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다녀왔다. 2019년 12월엔 다른 공무원 5명이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와 지룽(基隆) 크루즈 터미널 등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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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회, 울릉도·독도 견학 취소
논란이 일자 의원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김광수 부안군의회 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외부에선 '외유성'으로 볼지 모르지만, 집행부(부안군)에서 진즉부터 궁항 마리나항만 조성 사업 관련해 '현장 실사 후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걸 계속 미루다가 공교롭게도 이번에 계획이 확정된 것"이라며 "내일 의회에서 긴급 전체 회의를 열고 계획대로 연수를 갈지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전북도의회도 도의원 절반가량이 울릉도·독도 견학을 떠나려다가 취소했다.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전체 도의원 39명 중 18명은 오는 1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에서 애국 의지를 다지고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반대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다. 견학 경비는 1인당 40만∼50만원이다.
도의회 안팎에선 "잼버리 사태 수습 등 챙겨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도의회 측은 "놀러 가려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일정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했다.
부안·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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