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세계 첫 321단’, 삼성 ‘최고성능 SSD’…K낸드 신기술 주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 격차를 확보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각각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성능’에, SK하이닉스는 ‘최고적층’에 각각 포커스를 맞췄다. 플래시 메모리 서밋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행사다.
포문을 연 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이날 321단 4D 1테라비트(Tb) TLC 4D 낸드플래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전시했다. 메모리 업계에서 300단 이상 낸드 개발 경과를 공개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회사 측은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 세대(238단 512기가비트·Gb)보다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고 부른다. 321단 낸드는 셀을 321겹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TLC는 셀 한 개에 3bit(8개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으로 늘어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PCIe 5세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업용 SSD UFS 4.0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PCIe 6세대, UFS 5.0등 차세대 제품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5세대 321단 제품을 개발해 낸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고용량 낸드를 시장에 주도적으로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양산을 시작한 8세대 V낸드를 앞세워 차세대 기업용 서버 시장의 고용량화를 주도하고, 모빌리티 분야까지 사업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8세대 V낸드가 236단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이번 행사에서 ▶8세대 V낸드 기반 데이터센터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PM9D3a’ ▶생성형 AI 서버에 적용되는 ‘PM1743’ ▶QLC(Quadruple Level Cell) 낸드 기반 256TB SSD 등을 내놨다.
신제품 PM9D3a의 경우 업계 최고 성능으로, 전작(PM9A3)보다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2.3배 임의 읽기·쓰기 성능 2배 개선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올해 중 7.68테라바이트(TB), 15.36TB 제품을 2.5인치 규격으로 양산하고, 내년 상반기엔 3.84TB 이하 제품부터 최대 30.72TB 제품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메타와 함께 개발 중인 오픈소스 기반 사용자 워크로드 제어 솔루션, 표준 NVMe(비휘발성 기억장치 익스프레스) 스펙 기반 FDP솔루션 등을 공개했다. FDP는 유연 데이터 배치 기술로 여러 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환경에서 그룹별 데이터를 분리해 저장해 스토리지의 수명을 늘리고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더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공급 과잉 때문이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파전 구도인데, 낸드플래시는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WDC)·YMTC 등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업계 2위 키옥시아는 신규 공장 가동 시기를 늦추고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합병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업황이 하반기 들어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의 턴어라운드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3분기 이후부터 삼성전자는 D램·파운드리 부분 실적이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이다. SK하이닉스도 D램이 흑자로 돌아서고, 낸드 적자 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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