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 없는 세상…수입차 제조사, 딜러 대신 직접 車 판다
벤츠의 온라인판매 전환 딜러 문제로 장기화 예상
고객 소통 강화, 고객 만족 상승, 비용절감 등 효과
이제 수입차를 사러 갈 때 ‘호갱(호구+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테슬라에서 시작된 온라인 직접 판매가 수입차 레거시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다만 테슬라와 달리 오랜 시간 딜러사를 운영하며 판매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딜러사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제조사가 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판매로 전환되면서 고객은 딜러가 아닌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모든 구매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됐다.
기존 차량을 판매하던 오프라인 딜러점은 전시장으로 바꾸고, 딜러는 판매원이 아니라 설명을 돕는 안내원으로 역할을 바꾸고 있다.
기존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던 레거시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혼다코리아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오프라인 전시장은 판매사가 아니라 ‘쇼룸’으로서 차량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기존 영업사원들은 ‘혼다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혼다코리아는 플랫폼 방문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구입 고객의 약 13%가 딜러 영업시간 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혼다코리아의 판매부진 원인 중 하나를 온라인판매 전략을 꼽았지만 오히려 온라인판매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시키고 판매 비중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세계 시장 판매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리타 제거 벤츠AG 승용 부문 마케팅&세일즈 총괄은 지난달 미디어 행사에서 “전반적으로 많은 시장에서 온라인을 통한 구매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징조가 보인다”며 “딜러가 에이전트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익을 챙겨가는 새로운 구조의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벤츠의 경우 현재는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온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온라인 직접판매만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딜러점도 혼다코리아처럼 판매·영업 중심이 아니라 전시장과 에이전트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전기차 브랜드로 새롭게 탄생하는 재규어 역시 온라인판매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입차 제조사들이 온라인판매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고객 소통 강화, 고객 만족 상승, 비용 절감 등이 자리한다.
온라인판매를 하면 고객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각 딜러들이 제시하는 좋은 조건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온라인판매로 이런 구매 과정이 축소되고 투명한 가격으로 흥정 등 비효율적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이와 함께 일부 딜러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이뤄지는 강매나 판매 유도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딜러들이 안내원으로 전환된다면 딜러들 또한 재고 부담이나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유통 과정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지나친 할인 경쟁으로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가 훼손되거나 중고차 값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태생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와 달리 딜러사를 통한 판매 구조를 유지해왔던 레거시 브랜드들은 딜러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에 나설 경우 딜러사가 기존에 하던 역할이 아예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딜러사는 제조사에서 차량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판매하며 이윤을 창출해왔다.
혼다코리아는 기존 판매사원이었던 딜러의 역할을 큐레이터로 변경하고, 차량의 실물을 보기 위해 찾아온 고객과 딜러를 1:1 매칭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딜러가 맡은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딜러점의 수익 구조가 변화한 것이다.
혼다코리아의 전시장은 11개, 딜러사는 6개인데, 이 마저도 딜러사와의 협의가 쉽지 않아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벤츠코리아는 기존 딜러사의 규모가 커서 그 협의 과정은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벤츠코리아의 전시장은 64개, 딜러사는 11개다.
벤츠코리아에서는 국내 온라인판매 도입 여부와 딜러와의 협상에 대해 “국내에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글로벌 차원의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국내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벤츠는 딜러사의 역할과 보상 체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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