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내리 결승타…경북고에는 살림꾼 박관우가 있다
‘대구의 강호’ 경북고가 2회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향해 진격했다.
경북고는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8강전에서 청담고를 7-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대통령배 역사상 최다인 7번째 우승까지 단 두 걸음만을 남겨놓았다.
경북고 선봉에는 2학년 외야수 박관우(17)가 있었다. 박관우는 1-1로 맞선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희생번트와 상대 폭투로 3루까지 향한 뒤 전미르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또, 청담고가 7회 1점을 뽑아 다시 2-2 동점이 된 8회 1사 1루에선 왼쪽 파울라인을 타는 2루타를 터뜨려 1루 주자 김세훈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분위기를 가져온 경북고는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 터진 안정환의 싹쓸이 좌전 3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박관우의 살림꾼 면모는 올 시즌 중요할 때마다 드러나고 있다. 먼저 지난달 청룡기 결승전에선 투수로 깜짝 등판해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4-1로 앞선 8회. 경북고에서 나올 투수가 마땅치 않자 이준호 감독이 투수 출신 야수 박관우를 올렸고, 박관우는 1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호투해 동료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또, 이번 대통령배에선 덕수고와의 16강전과 이번 8강전에서 연달아 결승타를 터뜨리며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북고는 선발투수 김준원이 4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무자책점)을 기록했다. 5회 구원등판한 박경도는 3과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청담고는 4회 올라온 최지웅이 4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깜짝 호투하면서 이변을 노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의 초반 기선은 경북고가 잡았다. 1회 선두타자 김세훈이 볼넷으로 나간 뒤 박관우가 침착하게 투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김세훈을 2루로 보냈다. 이어 임종성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 투수전 양상으로 흐른 경기는 중반 들어 다시 흥미로워졌다. 청담고가 5회 균형을 맞췄다. 선두타자 김민진이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홍민규가 희생번트를 댔는데 이를 경북고 투수 김준원이 놓쳐 무사 1, 2루가 됐다. 상대 실책으로 찬스를 잡은 청담고는 김택윤이 희생번트를 대 1사 2, 3루를 만든 뒤 김규민이 스퀴즈번트를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추격을 받은 경북고는 6회 1사 3루에서 전미르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다시 2-1로 달아났다. 그러자 청담고도 7회 1점을 뽑아 2-2 균형을 맞췄다.
이렇게 팽팽하게 흐른 경기는 8회 사실상 마침표가 찍혔다. 1사 1루에서 박관우가 쏜살같은 좌전 2루타를 터뜨려 1루 주자 김세훈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분위기를 가져온 경북고는 계속된 찬스에서 이승현이 1타점 좌전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2사 만루에서 안정환의 싹쓸이 좌전 3루타를 때려내 쐐기를 박았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박관우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야구부 입문을 권유하셨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한 뒤 투수와 야수를 병행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타자로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사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점수가 필요할 때 내가 무언가를 한 것 같아 기쁘다. 2회 연속 우승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내겠다”고 웃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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