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앞에서 때려줄까"…뉴욕 지하철탄 아시아계 승객에 '혐오 범죄' 또

아시아계 부부 중 부인·현장 촬영 승객 폭행
뉴욕 경찰 "인종차별에 기반한 혐오 범죄"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10대 흑인 소녀가 아시아계 승객을 폭행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계 가족을 위협하는 10대 소녀들(왼쪽)과 뉴욕경찰이 수배후 체포한 가해자(오른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CBS 뉴욕방송은 뉴욕경찰(NYPD)이 지난 6일 뉴욕 지하철 열차 안에서 아시아계 여성과 또 다른 승객에게 폭력을 행사한 흑인 소녀를 수배해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NYPD에 따르면 네바다주에서 뉴욕을 방문한 아시아계 부부가 지하철 좌석에 앉자 맞은편 좌석에 앉은 10대 소녀 3명이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아시아계 부부는 11세 쌍둥이 딸을 동반한 상태였다.

이들은 아시아계 가족 앞으로 다가가 발을 구르며 소리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손뼉을 치기도 했다.

이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과 같은 말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고, "딸들 앞에서 당신을 때릴 수도 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거친 행동과 표현들이 끊이질 않자 남편이 나서서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 있겠냐"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들은 되레 더 공격적인 태도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또 이 같은 상황이 같은 차량에 탑승한 다른 승객의 휴대전화에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소녀들은 이 승객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넘어뜨린 뒤 주먹을 날렸다.

이에 아시아계 부부 중 여성이 휴대전화로 녹화하던 다른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10대 소녀는 아시아계 여성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아시아계 여성은 안경이 파손되고, 머리카락이 뽑히는 등의 피해를 봤다.

폭행은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가 멈추자 그곳에 있던 승객들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하차를 도왔다. 폭행 피해자들은 지하철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다.

NYPD는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기반한 혐오 범죄로 보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했다. 뉴욕에서는 이처럼 지하철역 등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