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벽, 대용량 방사포 준비...코앞에 닥친 태풍 '카눈'에 비상

안대훈, 김민주, 김윤호, 위성욱, 최충일 2023. 8.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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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울산·경남 등 남해안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카눈은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 많은 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지자체는 차수벽이나 대용량 방사포 등을 마련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풍 침수 막아라…‘삐뽀삐뽀’ 차수벽 가동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을 이틀 앞둔 8일 오전 경남 창원 마산만 방재언덕에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이 시험 가동되고 있다. 차수벽은 9일부터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9일 오후 1시쯤 경남 창원 마산만 방재언덕에는 거대한 차수벽이 들어섰다. 높이 2m, 길이 200m에 이르는 기립식 방조벽이다. 여기에 방재언덕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던 강화유리벽(높이 2m)까지 합치면 1.2㎞의 방패막이 생겼다. 차수벽은 옛 마산(현 창원)에서만 18명이 숨졌던 2003년 태풍 ‘매미’ 참사 이후 설치됐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도 가동돼 태풍 피해를 차단했다.
지난달 31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설치된 차수문. 태풍 등 유사 시 수동으로 수문을 닫아 침수 등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사진 수영구]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선 차수문 5개가 가동, 해일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차수문은 1개당 길이 2.5~4m, 높이 1~1.3m에 이른다. 이들 차수문 설치는 지난달 31일 완료됐다. 민락수변공원 인근 상가가 공원을 사이에 두고 부산 앞바다와 인접해 있어 태풍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힌남노 등 태풍 때마다 공원을 넘어선 파도 탓에 상가에 침수·파손 피해가 잦았다.


물대포로 물 퍼낸다…대용량방사포 전격 배치


대용량방사포 시스템. 사진 울산소방본부
울산에서는 이날 오후 5시쯤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일원 등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용량방사포’가 전격 배치된다. 원래 바다·하천에서 물을 끌어와 대형 화재를 진압하는 대용량방사포는 수난 현장에선 거꾸로 바닷물 등을 퍼 올리는 배수펌프 역할을 한다. 1분당 45t의 물을 빼낼 수 있다. 이 장비는 지난해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 지난달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등 전국 수난 현장에서 활약했다.

태화시장 일대는 태화강 하류에 있어 태풍 때마다 물난리를 겪는다.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2021년 태풍 오마이스 때도 동네가 침수돼 큰 피해를 봤다. 울산 중구와 울산소방본부는 대용량방사포에 더해 1분당 10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펌프 7대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저지대 일부 주택에는 주택 물막이 설치 작업도 마무리했다.


합판 덧대고 포대 쌓는 해안가 주민들


태풍 '카눈' 북상에 대비해 9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청사포어촌계와 상인 등이 합판으로 건물의 창문을 막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안가 인근 상가 주민들도 태풍 대비로 분주하다. 부산 해운대 청사포 일대 상가·청사포어촌계 주민들도 상가 건물 앞에 1개당 무게 1t·높이1m의 시멘트 포대를 쌓고, 창문에는 나무 합판을 덧대고 있다. 침수와 파손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 일대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창문이 깨지고 집기가 부서졌다.
태풍 '카눈' 북상에 대비해 9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청사포어촌계와 상인 등이 대형 콘크리트 포대를 설치했다. 송봉근 기자
태풍 ‘카눈’ 상륙을 앞둔 9일 오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신축 상가에 건물 관리인이 차수벽을 설치하고 있다. 차수벽은 금속 재질로 길이 약 20m, 높이 1m 규격이다. 송봉근 기자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신축 상가에 건물에도 차수벽이 설치됐다. 금속 재질로 길이 약 20m, 높이 1m다. 마산 앞바다와 인접한 창원 마산합포구는 전날(8일) 5㎏ 무게의 모래주머니 5000개 제작한 데 이어 오늘도 5000개 만들어 마산어시장 등 저지대 침수 피해 우려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지하차도 통제…학교 원격수업


장마 기간이었던 지난달 16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다. 송봉근 기자
지하차도와 둔치주차장, 상습침수 저지대 등은 통제된다. 경남도는 도내 지하차도 60개소에 시·군 19명, 읍면동 41명의 현장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한다. 도는 학교·체육시설, 공공·민간 숙박시설 등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거주시설 1360개소를 마련했다. 해안·하천가 등 침수 우려 지역과 산간·계곡 등 산사태 우려 지역에 사는 주민 2000여명 대피 계획도 세웠다.

부산·울산·경남 교육청은 태풍이 상륙하는 10일 이미 개학했거나 개학 예정인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등 573개 학교에서 전면 원격 수업을 하도록 결정했다.


조선업계 ‘비상’…선박 피항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경남 거제에 있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대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계류 선박 20여척을 1척당 50개 이상 고정 로프로 고정했다. 기존에는 선박당 로프 20개로 고정하던 것보다 30개나 더 많다. 삼성중공업도 계류 선박을 고정한 로프를 보강하고 크레인을 고박했다.

울산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도 태풍 상륙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수출 선착장에 있는 자동차 5000여대를 안전지대로 옮겼다. 현대중공업 역시 선박을 로프로 묶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석유화학업체들도 '카눈' 상륙에 대비, 원유 운반선 입항 중지 조처를 발동했다. 또 석유화학단지 내 배수 상태를 사전에 점검하면서, 공장 침수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에 선박이 피항해 있다. 뉴스1

부산·경남 항구에 정박한 선박 등에 대한 피항 명령도 내려졌다. 전날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 전 선박을 피항하도록 했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에는 강풍에 빈 컨테이너가 날아가지 않도록 철저히 고박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요트경기장 내 육·해상 계류 선박들에 대해 피항 명령을 내렸다. 경남 창원·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 등 해안가에 있는 어선 1만3589척도 육지로 인양되거나 항구에 정박됐다.


제주·김해공항 항공기 결항…고리원전 감소 운전


9일 낮 12시 제주국제공항 출발 대합실을 가득 채운 관광객들이 결항 대체편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태풍 카눈 영향으로 항공편도 무더기 결항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제주 항공편 137편(출발 56편·도착 81편)이 결항됐거나 사전 결항이 결정됐다. 공항 대합실에는 결항 대체편을 구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바닷길은 이미 끊겼다. 김해공항에서도 오전 9시30분 기준 김해공항에선 25편 항공기(도착 12편·출발 13편)가 결항됐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발전소는 출력 감소 운전에 들어간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 관계자는 “신고리 1, 2호기는 오전부터 태풍에 대비해 출력을 줄이고 있다. 태풍 상륙 전 50%까지 출력을 감소시켜 운전하고, 오는 12일까지 서서히 출력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차 탈선할 강풍…400mm 폭우 쏟아진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9시쯤 경남 통영 북서쪽 약 40㎞ 부근 육상에 도달한다. 9일과 10일 사이 부산·울산·경남에는 100~300㎜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 경상서부내륙과 경상권해안 등 많은 곳에선 4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겠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느린 속도로 북상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규슈 남쪽과 가까워진 카눈은 조만간 제주를 직접 영향권에 담는다. 수요일인 9일 오전부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뉴스1

부산·창원·울산=안대훈·김민주·김윤호·위성욱·최충일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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