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의 '워크에식'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이준목 2023. 8.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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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부임 당시 했던 약속과 거리 먼 모습 보여, 축구협회도 입장 표명해야

[이준목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워크에식(직업윤리, 성실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초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 머물다가 유럽으로 건너가 2023-24시즌 개막을 앞둔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 원정 평가전으로 치러지는 9월 웨일스와의 A매치에서도 한국에 복귀하지 않고 현지에서 합류하여 선수단을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A매치 경기 때만 합류하고 그 외 기간에는 거의 한국에서는 거의 머물지 않고 사실상 '원격-재택 근무'를 하겠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길다. 첫 데뷔전이었던 3월 콜롬비아전-우루과이아의 2연전을 마치고 유럽파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4월 초에 출국하여 약 한달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또한 5월에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조추첨식 참가를 위하여 출국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장기간 머물다가, 6월 페루-엘살바도르와의 A매치 일정을 위하여 잠시 귀국했고, 2연전이 끝나자마자 또 한달여간 휴가 명목으로 출국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국내파 선수 점검은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와 차두리 어드바이저 등 코치진이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클린스만 감독의 처신은 일종의 근무태만이자, 대한축구협회-한국축구팬들과의 '약속 위반'이며, 장기적으로 한국축구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이다.

대표팀 감독은 단순히 'A매치 일정'때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 운영을 총괄하고 한국축구의 선봉에서 이끌어야하는 역할이다. 유럽파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한국축구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K리그다. 그렇다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주요 활동 무대는 당연히 한국이 되어야 했다. 2014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결정적인 이유도 재택근무와 세금 면제 등의 도를 지나친 무리한 요구 때문이었다.

유럽파 선수들은 이미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고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부진하다고 해서 이들을 대표팀에 뽑지않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장기적으로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고, 재능있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옥석을 가리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국 내에서 집중해야 하는 업무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의 성실성 문제는 이미 한국대표팀 취임 전부터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과 미국 대표팀 시절에도 잦은 외유와 재택근무, 국내-유럽파 차별 대우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부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상주'와 '성실한 근무'를 약속한바 있다.

하지만 이후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를 보면 부임 당시에 했던 약속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모습이다.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상주와 관련된 구체적인 세부조건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애초에 이는 공적인 비즈니스관계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신의의 문제였다.

만일 대표팀의 성적이 좋았더라도 감독의 이러한 처신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설상가상으로 성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대표팀 부임 이후 홈에서만 A매치 4경기를 치렀으나 2무 2패에 그치며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클린스만 감독은 6월 A매치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팬들을 납득시킬만한 비전이나 방향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클린스만 감독의 불성실한 처신이 초래한 문제는 단순히 A팀의 경기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4번의 A매치에서 기존 선수들과 유럽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새로운 선수 발굴이나 점검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아무리 잘해봐야 유럽파 선수들에 비하여 주목받기 어렵다는 박탈감을 유도하고, 대표팀 내에서도 국내파-유럽파간의 위화감을 조장할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24세 이하 대표팀 '황선홍호'와, 유럽 원정 A매치를 앞둔 클린스만호는 이강인 등 몇몇 핵심선수들의 중복 차출과 관련된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했더라면 진작에 협의를 통하여 교통정리가 끝났어야 할 문제였다.

핵심 선수의 중복 차출 문제는 역대 대표팀에서도 여러 차례 뜨거운 감자가 된 바 있다. 원칙상 우선권은 A팀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축구의 특성상 연령대별 대회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기에 A팀도 중요한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배려와 양보를 하는게 관행이었다. 더구나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병역혜택도 걸려 있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하여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소통과 조율'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업무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축구협회가 이러한 클린스만의 직무태만과 계약 위반 소지에 대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과연 외국인 감독의 돌출행동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한국축구를 책임감있게 이끌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축구협회는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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