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참가자 초대합니다"... '수라'의 아주 특별한 상영회
[하성태 기자]
▲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떠난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 텐트만이 남아 있다. |
ⓒ 연합뉴스 |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참사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 당장 중단하라.'
전북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일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아래 새만금 잼버리) 중단을 촉구하며 조직위원회를 향해 내건 구호다. 이들 단체는 "애초에 갯벌을 매립한 생태학살의 현장 위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것부터 잼버리 정신을 위배한 일"이라고 꼬집으며 이런 근거를 내놨었다.
"오직 매립 가속화를 위해 편법으로 농지관리기금을 전용하여 해창 갯벌을 매립하고 그늘도 없는 매립벌판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에 청소년들의 대규모 야외행사를 치르는 일은 납득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전북시민단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참가단이 모두 퇴소한 새만금 잼버리는 파행으로 역대 최악의 국제행사라는 오명과 정부의 책임론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정부가 떠안을 책임과 뒷수습을 국민들이 떠안는 형국이 됐다.
더불어 애초 해창 갯벌을 매립한 새만금 부지에 잼버리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새만금 간척 개발을 위한 목적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보도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일찌감치 새만금 해창 갯벌이 잼버리 야영지로 부적절하다는 문제를 정부와 전북도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을 목도 중인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수라>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도 20여 년간 새만금 갯벌을 지켜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오 단장 역시 지난 3일 '새만금 잼버리' 중단 촉구 회견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을 계속해 왔다.
▲ 영화 <수라> 포스터 이미지 |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
'새만금 잼버리'가 '국가적 수치'라는 외신의 평가 속에 새만금 사태로 전락하면서 이 <수라> 역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새만금에 잼버리 자체를 개최해선 안 됐는지, 그 새만금 개발이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아름다우면서도 아프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수라>가 아주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폐영을 앞둔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 상영이 바로 그 특별한 자리다.
"여러분이 머물렀던 새만금에는 '수라'라는 갯벌이 있습니다. 그곳의 아름다움을 여러분이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는 새만금 일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과 그곳으로 날아오는 철새들, 또 갯벌의 여러 생물들이 나옵니다.
또, 그곳의 멸종위기종 생물들을 지키려는 멋진 시민들, 그리고 여러분 또래의 청소년과 청년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보기에 너무나 딱 맞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9일 <수라> 제작진이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중 일부다. 황윤 감독과 제작진은 "세계의 청소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갯벌과 철새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영문과 한글 편지를 통해 특별 상영회 일정을 공지했다.
<수라> 제작진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예정된 오는 11일 열리는 <수라> 상영회는 이날 오전 11시 20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전 세계 청소년 대원 및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제작진은 구글 폼을 통해 선착순 150명의 신청을 받고 있다. 이날 수라 제작진은 페이스북을 통해 "잼버리 참가자나 관계자를 아신다면 전해주시고, 시간이 촉박하므로 SNS, 언론, 대사관 등에 널리 널리 전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어젯밤 올리자마자 스웨덴 청소년 400명 신청했다는 소식입니다. 인원이 넘치면 어떻게든 극장을 마련해 보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 영화 <수라> 스틸 이미지 |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
뒤늦게, 황윤 감독의 <수라>를 아이들 관객과 본 경험은 특별했다(관련 기사 : "멸종위기종 죽이고 또 공항을 짓겠다고요?"). 전국 각지 공동체 상영을 통해 4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 중인 <수라>는 아이들이 보기에도 더 없이 좋을 극장 속 생태·환경 교육 콘텐츠다. 실제 함께 관람한 초등학생 관객들은 "도요새의 끈기가 마법과 같다"며 감탄을 자아냈다.
<수라>가 그런 영화다.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그리하여 마법 같은 도요새의, 철새들의 여행을 소재로 새만금과 수라 갯벌의 과거와 오늘을 조망하고, 생태와 환경에 무지할지 모르는 우리의 내일을 근심하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오동필 단장을 필두로 왜 시민들이 오랜 시간 자발적으로 새만금 지키기에 나섰는지도 적극 공감하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공동체 상영이 이어지고, 그에 앞서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를 통해 자발적인 관객들이 모일 충분한 작품성을 지닌 다큐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유수의 국내영화제에서 선보인 만큼 제작진은 이미 영어 자막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장담한다.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관람하면 더 없을 영화가 틀림없다.
'철새는 한국만의 새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시에 협력해서 지켜야만 보호될 수 있는 새입니다. 또 갯벌은 뛰어난 블루카본 저장소(탄소 흡수원)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생존에도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서식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잼버리 청소년들에게 <수라>를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수라> 제작진
이틀 전, 멀티플렉스가 위치한 용산역 광장과 인근에서 여러 무리의 영국 스카우트들과 마주쳤다. 무더운 날씨에도 용산역 광장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그렇게 서울을 관광 중인 청소년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이들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이 <수라>를 관람하는 일은 단언컨대 무척이나 의미 있고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라>의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 대상 상영회를 응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잼버리 콘서트에 '공공기관 직원 동원령'... 불만 쇄도
- '전세계 망신' 새만금 잼버리... 미안해서 준비한 영화 상영회
- 골프 치겠다고 이 희귀한 꽃을 죽이렵니까
- '남편 점심 만들기' 유튜브, 뭐가 문제냐면요
- 장관들은 호화주택, 의장은 불륜... 외신과 싸우는 여당
- 윤석열에게 경고한 <조선>, '잼버리 실패는 대통령 책임' <동아>
- 유아차로 어린이집까지 15분... 폭염에 이러는 이유
- '유례없는 경로' 태풍 카눈, 10일 한반도 상륙·관통
- "밥맛 없다 했더니 상사가 뺨 때려", 그래서 시작된 이주민 연대
- 이재명 "윤석열 정부 들어 자꾸 대규모 인명피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