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KFA, 기자간담회도 '해외서 원격으로' 감행…대표팀 감독 '월클 놀이'에 멍드는 한국 축구

김현기 기자 2023. 8.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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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은 무슨 할 말이 또 있는 걸까.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클린스만이 현재 체류 중인 미국에서 원격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태극전사 조련할 지휘봉을 잡은 뒤 6개월간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클린스만이 할 일은 인터뷰를 통한 '말'이 아니라 좋은 축구와 첫 승,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한 진정성 등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축구계에 따르면 클린스만와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달 중순 국내 언론과 기자회견을 온라인으로 하기로 하고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KFA가 이미 회견 관련 공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클린스만이 한국에 들어와서 회견을 해도 부족할 판에 '줌'을 통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클린스만은 부임 때 했던 한국 상주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A매치가 끼어 있었던 3월과 6월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이 있는 해외에서 보냈다. 이에 따라 신의성실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게다가 대표팀 부임 뒤 초반 4경기에서 뚜렷한 성과도 없이 2무2패를 기록, 한국 대표팀 외국인 사령탑 데뷔 후 무승 신기록까지 세웠다.

결과와 과정이 전부 엉망이고, 진정성조차 없다고 여겨지는 마당에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미국에서 선수 원격 관찰, 온라인 코칭스태프 회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회견까지 줌으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나타났다.

클린스만은 이미 지난 6월에도 뜬금 없이 90분짜리 기자회견을 해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당시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국내로 불러들여 1무1패에 그쳤다.

시차 적응도 덜 된 페루대표팀을 상대해서 0-1로 진 것도 문제였지만 일본에 0-6으로 대패한 북중미 엘살바도르와 졸전 끝에 1-1로 비긴 것은 그야말로 '쇼크'였다. 그러더니 클린스만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해명인지 변명인지 모를 기자회견을 축구 경기처럼 90분씩이나 하고 출국했다.

당시에도 알맹이 없는 '맹탕 회견'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후 50일간 A매치는 없었다. 그리고 클린스만은 이 기간 한국 체류 시간이 열흘도 되질 않아 재택 근무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게다가 클린스만은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의 특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아시안게임 핵심 선수들을 9월 유럽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에 차출할 태세여서 가뜩이나 3연패 부담에 시달리는 황선홍호에 '내부 총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중이다.


이에 더해 최근엔 미국에서 ESPN과 인터뷰를 하더니 토트넘 후배 공격수인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 리오넬 메시의 미국 MLS 진출 등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 국내 팬들은 쓴웃음 짓게 만들었다.

클린스만은 지금 '월클 놀이'를 할 때가 아니다.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을 살려놓는 것에 모든 신경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다. '월클 놀이'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야 할 짓이다. 이번 케인 및 메시 관련 인터뷰를 본 적지 않은 축구인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KFA)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밖의 행동을 저지르는 클린스만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에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어서다.

지난 3월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으로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KFA는 이후 이사진 전원 사퇴에 이은 개혁 카드를 꺼내들어 사태를 슬그머니 넘어가려고 했으나 지난달 음주운전으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던 미드필더 이상민을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았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엔트리 마감 기한을 넘겨 그를 빼버리는 촌극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이 2부리그 선수라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놔 집행부 쇄신 의지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어 고용주임에도 한국 상주 약속이 무색하게 재택 근무 시간 늘려가는 클린스만에 쓴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호하거나 심지어 그에게 휘둘리는 상황이다. 미국에서의 원격 회견을 지원하면서 클린스만의 '재택 근무 도우미'로 변신하는 중이다.

KFA 관계자는 "그 전부터 (클린스만이) 계속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했다. 이제서야 감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스만에 필요한 것은 어떤 말이나 선언이 아닌 행동과 실력이다. 하지만 기본을 상실한 원격 기자회견 추진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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