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 “고도제한 30년 만에 완화…강북 개발 박차” [인터뷰]

김이현 2023. 8. 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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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보존 방안도 함께 고민
강북 발전 위해 ‘신강북선’ 필요
이순희 강북구청장. 강북구 제공


북한산은 서울 강북구의 상징이다. 휘장조차 북한산의 세 봉우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구민도 서울 내 숲세권이 가능한 구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은 강북구 발전의 제약 요소이기도 했다.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각종 규제도 따라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산 고도지구다. 구는 고도지구 완화를 위해 애써왔지만 수십 년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6월 서울시는 북한산 고도지구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고도지구 완화가 강북구 개발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숲세권이라는 강북구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건물이 4층까지밖에 허가가 안 난적도 있었다. 고도지구 완화는 강북 구민의 30년간 숙원 사업이었다”며 “이제 강북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도지구 완화안은 높이를 현재 20m에서 최대 15층(45m)까지 완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삼양동, 수유1동, 우이동, 인수동 등에서 강북구 대부분 지역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서울시가 북한산 주변 고도제한 합리적 완화 '신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함께한 이순희 강북구청장(오른쪽에서 6번째). 강북구 제공.


다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북구의 자산인 북한산이 아파트로 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이번 고도지구 완화안의 핵심은 ‘합리적 완화’라며 북한산 경관도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구청은 건축 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설계부터 시작해서 다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이미 구청은 북한산 경관을 지키면서 개발을 할 수 있는 최적 층수를 시뮬레이션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지형이 낮은 쪽은 건물이 높아도 북한산을 가릴 가능성이 작으니 높게 허용해줄 수 있지만 북한산과 가깝거나 지형 높이가 높은 쪽에도 최고 높이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본격화되기까진 최소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구는 저층 주거지들이 슬럼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 위주로 연탄 배달을 해준다거나 노후화된 집에 대한 수리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빌라관리사무소 매니저가 활동하는 모습. 강북구 제공


강북구는 현재 저층 주거지 위주로 들어선 빌라들을 묶어 관리해주는 ‘빌라관리사무소’ 사업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빌라에서 사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주차, 청소와 같은 각종 생활환경에서 이웃 간 분쟁을 겪는 일이 많다. 아파트와는 달리 관리사무소가 없어 체계적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번1동을 중심으로 빌라관리매니저 3명을 채용해 청소·조경 관리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한 빌라 주민이 매일 집 앞에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사람이 있어 이사 갈 생각까지 했는데 빌라관리사무소가 생긴 뒤 이런 일이 없어지고 동네가 깨끗해져 계속 남아있기로 했다더라”며 “내년에 미아동과 수유동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북구는 북한산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커 구 면적 대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크지 않다. 다른 구와 달리 대규모 부지를 활용한 개발로 지역 경제를 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에 구는 지역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수유역 일대를 더 발전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 로컬브랜드 강화사업’이나 지역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인테리어, 브랜드 개발 지원사업 ‘우리동네 가게 아트테리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강북구 내 주요 간선도로인 도봉로 일대를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신축되는 건물 내 기부채납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마자 구유지, 시유지, 국유지를 다 조사해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며 “건물을 지을 때 기부채납을 받아 이를 활용해 회사들을 한 번 유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강북선 구상안. 강북구 제공


주거 환경 개선이나 경제 발전의 밑바탕에는 교통이 있다. 하지만 강북구에는 아직 환승역조차 하나 없는 상황이다. 이 구청장이 강북구를 비롯해 노원구·도봉구·성북구·중랑구 등을 연결하는 ‘신강북선’ 구상을 내놓은 이유다. 신강북선은 4·19민주묘지역부터 상봉역까지 10㎞ 길이의 노선으로 1·4·6·7·경춘선·우이신설선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있다. 개통 예정인 GTX-B 노선이나 동북선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구는 서울시가 올해 추진하는 ‘도시철도망 변경계획’ 용역과 국토교통부가 2025년 말 승인하는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 변경계획’에 신강북선 노선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강북선 유치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는 강남을 비롯해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개발됐다”며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강남밖에 할 곳이 없지 않나. 균형발전 차원에서 동북권 발전을 위해선 신강북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직도 서울시 안에 강북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강남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의 강북만 아는 것”이라며 “그런 강북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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