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에 미쳤던 김정희처럼, 매화에 미쳤던 이 선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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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화시경연'이라는 벼루에 '매화서옥장연'이라는 먹을 갈아서 매화 병풍을 그린다.
목이 마르면 '매화편다'라는 차를 마신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 '매화편다' 차를 마시고, 매화시를 읊조린다.
매화차를 마시고 벼루와 먹에도 매화가 들어간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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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운주 기자]
▲ 어머리 해변 맑은 모래톱이 넓게 깔려 있으며 용난굴이 있다 |
ⓒ 문운주 |
나는 '매화시경연'이라는 벼루에 '매화서옥장연'이라는 먹을 갈아서 매화 병풍을 그린다. 목이 마르면 '매화편다'라는 차를 마신다. 내가 그린 큰 매화 병풍을 둘러치고 누워 잠을 잔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 '매화편다' 차를 마시고, 매화시를 읊조린다. 매화시 백 수를 지을 것을 목표로 세우고, 거처를 '매화백영루'라 이름붙인다. 호를 '매화두타'라고 한다.
우봉 조희룡은 매일 갈매기와 바다를 바라보며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킨다. 매화를 그리고, 매화 시를 읊는 것으로 원망과 외로움을 달랜다. 위 내용이 담긴 자신의 자선적 기록인 <석우망년록>을 보면, 매화에 미쳐 평생 동안 매화를 그리다 간 사람이다. 그는 조선의 화가 조희룡(1789~1866)이다.
추사 김정희 제자면서도 스승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중인 출신이었다. 글씨는 추사체를 본받았고, 매화와 난을 주로 그렸다. 요즘으로 말하면 동호회 격인 '벽오사'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헌종의 명을 받아 금강산을 그리기도 했다.
지난 4일 우봉 조희룡을 찾아 신안군 임자도로 향했다. 우봉이 유배생활을 했던 '이흑암리'에 도착했을 때는 낮 11시, 서둘러 어머리 해변으로 향했다. 용난굴을 보기 위해서다. 여기는 물이 빠졌을 때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먼저 용난굴을 보고, 우봉 적거지를 답사하기로 했다.
▲ 어머리 해변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톱이 장관이다. |
ⓒ 문운주 |
대둔산 밑에서 용난굴까지의 어머리 해변에는 맑고 고운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다. 먼바다에서 하얗게 거품을 내며 밀려오는 파도가 장관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난 신비한 동굴의 모습, 산 넘어 바다까지 이어지는 동굴 끝의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용전굴 어머리 해변에 있는 동굴.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
ⓒ 문운주 |
▲ 용전굴 안에서 보는 어머리해변의 모습 |
ⓒ 문운주 |
과거, "용이 승천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에 조희룡이 급히 문밖으로 뛰어 나갔다.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용은 승천하고 난 뒤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그에게 용의 형상을 설명하였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용매도를 그린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 마을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놓은 홍매화 벽화, 조희룡이 남기고 간 흔적이다. 매화마을이 되었다. 홍매화를 심고 홍매화를 그려 넣었다. |
ⓒ 문운주 |
▲ 조흐룡 적거지 1 |
ⓒ 문운주 |
경사진 산자락 중앙 맨 위 중앙에는 조희룡 적거지인 만구음관(만 마리의 갈매기가 우는 집)이라는 초당이 보인다. 후원에는 유실수원을 조성하고 좌측에는 연못을 만들었다. 돌담을 쌓고 홍매화를 심었다. 조희룡의 유배를 기념하기 위해 이곳 적거지를 2017년 복원했다.
조희룡은 1851년 조정의 예송논쟁에 개입하였다가 임자도에 유배되었다. 그는 유배지인 이곳 오두막집에서 만구음관이라는 편액을 붙이고, 칩거하면서 집필과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유배 초기 외로움과 원망의 시기가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유배 생활의 경험을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켰다.
▲ 홍백 매화도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 |
ⓒ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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