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콘서트에 '공공기관 직원 동원령'... 불만 쇄도

류승연 2023. 8. 9. 11: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직후 참가자들이 숙소로 돌아올 때 힘을 보탤 인솔자를 보내달라며 수도권 공공기관에 '직원 차출령'을 내린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IBK 기업은행 17대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기재부의 갑작스런 잼버리 행사 인력동원 요구 관련, 노동조합은 사전합의 없이 본부부서를 대상으로 파견 가능 인력 조사를 실시한 인사부에 즉각 항의했다"며 "단체협약상, 특별한 사유로 시간외근로를 명할 때는 '업무내용, 소요시간, 소요인원' 등을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해야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인력 파견을 추진했다"고 반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재부 "협조 요청했지만 차출 아냐, 조직위 요청"... "경영평가 있어 사실상 동원" 지적도

[류승연 기자]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8일부터 머물게 될 수원시 한 대학교에서 짐을 풀고 있다.
ⓒ 수원시
[기사 수정 : 9일 오전 11시 53분] 

기획재정부가 오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직후 참가자들이 숙소로 돌아올 때 힘을 보탤 인솔자를 보내달라며 수도권 공공기관에 '직원 차출령'을 내린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다만 취재 결과 기재부는 전화나 이메일 등 정식 공문이 아닌 방식으로 각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 기관별로 각기 다른 차출 인원과 근무 시간까지 명시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자발적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를 맡고 있는 만큼, 받아들이기에 따라 '동원'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잼버리 참가자 인솔하라" 공공기관에 '직원 동원령' 내린 기재부

인천에 위치한 한 공사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K팝 콘서트 직후 잼버리 참가자들이 송도로 돌아갈 때 필요한 인솔 인력을 '자발적'으로 모집한다는 공고가 오전 9시에 사내 게시판에 등장했다"며 "(인솔 시간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총 30명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어떤 부처에서 요청이 왔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서울시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K팝 콘서트 후 참가자 인솔자 15명을 지원해달라는 유선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하는 곳인 만큼 사실상 '인력을 보내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관련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한국산업은행 직원임을 인증한 한 누리꾼은 "기관별로 인원을 차출해 금요일 저녁 잼버리 K팝콘서트 참가자를 인솔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며 "이게 정상적인 정부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조폐공사 직원임을 인증한 누리꾼 역시 댓글을 통해 "우리는 30명이나 배정받았다. 진짜 말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기재부 "협조 요청 사실이지만 차출 아냐"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관계기관에 (잼버리 참가자 인솔 관련) 협조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있더라도 생뚱맞게 '차출'을 요구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잼버리 조직위원회에서 전체 부처에 협조를 해달라는 요청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에도 인력차출이 요구돼 노동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IBK 기업은행 17대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기재부의 갑작스런 잼버리 행사 인력동원 요구 관련, 노동조합은 사전합의 없이 본부부서를 대상으로 파견 가능 인력 조사를 실시한 인사부에 즉각 항의했다"며 "단체협약상, 특별한 사유로 시간외근로를 명할 때는 '업무내용, 소요시간, 소요인원' 등을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해야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인력 파견을 추진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노조는 인사부장에게 은행이 기재부의 인력동원 요청에 응해야 하는 '법적 근거'를 요구했다"며 "파견되는 우리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하게 되는지 업무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여 조합과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위반이 확인될 경우 사측에 엄중 대처하겠다. 또 복리비 지급까지 지연하면서 공공기관 직원들을 홀대하는 기재부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 등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재부는 현재 IBK 기업은행의 지분 5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