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교육' 직시하고 진지하게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영일 2023. 8. 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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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교육단체,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학생·학부모와 교사 갈라치기 하지 말라"

[이영일 기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동료와 더 많은 인권과 더 많은 민주주의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를 적으로 돌리고 교사를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의 '교권' 대책을 거부합니다."

서울 S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이후 폭염에도 수많은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는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등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학생인권조례를 사실상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라고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등 9개 교육단체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정권의 교권 대책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갈라치기와 혐오를 조장하며 근본적 해법 논의를 막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대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등 9개 교육단체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정권의 교권 대책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교권이 무너진 근본 문제를 묻어 두고 해결은커녕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협력의 주체들을 갈라 세우고 구성원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방식의 '교권 보호 대책'은 학교를 되살리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9개 교육단체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연대하는 교사잡것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인권실천충남교사모임, 전교조 음성지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현장교사실천단, 교육공동체 벗, 충북교육연대)

6년 차 초등학교 교사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윤석열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이 학생·학부모와 교사를 갈라치기 한다는 주장인데, 교사의 노동·정치 기본권 보장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이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올해 6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강원도 강릉 유천초등학교 교사 정은경씨는 "저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이 자리에 살아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살아있다. S초 선생님께서 겪으신 일들이 제게도 일어난 일이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교육단체들은 '교권 보호'를 위해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충분한 교사 수 확보'를 주장했다.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정 교사는 "신규 발령을 받고 처음 학교에 간 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져 있던 학년은 그 학교에서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했던 학년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작년 담임교사는 밤새 민원에 시달리다 정신과에 다니고 학교를 옮겼다고 했다"며 그때의 충격을 설명했다. 

정 교사는 "교실 안에서 학생이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는 상황을 혼자서 해결해야만 해도, 보호자가 밤에 전화를 해도, 학교에서는 행정업무를 하느라 항상 집에서 수업준비를 해도,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지내보니 이런 문제의 진짜 원인은 교육을 경쟁으로 옥죄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버린 지금의 사회 구조다"라고 비판했다.

전북의 모 학교에서 인성인권부장을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학교를 인권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학생과 양육자를 비난의 대상으로 대체한 것은 너무도 비겁한 일이다. 나는 이런 정부의 대책을 거부한다. 나는 학생과 양육자 그리고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직원들이 다 인권적인 대우를 받는 학교를 원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학생인권조례에 책임 물어..."기 막히고 부도덕한 일"
 
 공현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는 "정부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교사들이 하는 일이 학생의 인권을 짓밟는 일이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상임대표는 "S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적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모순에 그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 사회의 구조적 잘못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극성 학부모, 아동과 그 부모 등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학생인권조례에 책임을 묻는 것은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청소년 학생들의 자살률이 세계 1위이고 적지 않은 교사들도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있는 것을 두고 죽음의 공교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직시하고 진지하게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경쟁교육 체제를 혁파하고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는 "S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이후 사흘도 지나지 않아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식을 접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바로, 근거도 없이 그럴 줄은 몰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공 활동가는 "대통령도 교육부장관도 교사가 힘든 게 학생인권 보장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그런 문제들은 불거졌고, 학교도 교육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심해져온 것이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이런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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