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통령과 KT 대표 평행이론

백강녕 2023. 8. 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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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한국 행정부 수반이라고 한다.

KT 대표이사(CEO)는 한국통신 업계의 수장이다.

사실 KT 대표와 대통령은 비슷한 점이 많다.

KT가 공기업이던 시절 명칭은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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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이후 4명 대표 수사 받아
나 아니면 안된다 경계하고
직원들이 신나 날뛰는 회사 만들어야

대통령을 한국 행정부 수반이라고 한다. KT 대표이사(CEO)는 한국통신 업계의 수장이다. 사실 KT 대표와 대통령은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과거 육사출신이 많았다. KT가 공기업이던 시절 명칭은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이우재(육사 13기) 한국통신 초대 대표가 예비역 준장이었다. 4대 이준(육사 19기) 대표는 제1야전군 사령관(대장)으로 전역한 뒤 회사를 맡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육사 출신이다. 상명하복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가 정부조직과 KT에 많이 남아있다면 이런 영향이 크다.

대통령과 KT 대표의 다른 공통점은 마지막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 대다수가 청와대에서 나온 다음 검찰 수사를 받고 교도소에 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 대표는 모두 5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이 배임,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경찰 수사를 받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높은 확률로 곤경에 처하는 자리가 대통령과 KT 대표다.

또 전국 조직의 수장이라는 점도 같다. 공무원 숫자가 100만이 넘는다. 전국 읍면동 사무소에 대통령을 직속 상관으로 모시는 공무원들이 앉아 있다. KT 직원은 약 2만 500명, 48개 계열사 직원을 합치면 5만8000명이다. 1, 2, 3차 협력업체 숫자는 KT 직원들도 알지 못할 정도로 많다. 산꼭대기부터 섬마을까지 전국 방방곡곡 전화, 인터넷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전국 KT 지사와 지점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통신망을 설치하고 유지, 관리한다. KT보다 큰 기업은 있지만 KT처럼 전국에 거점을 두고 인력을 운영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자연히 KT 사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KT 대표가 임명하거나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 숫자가 천단위라고 한다. 사실 민영화 이후 KT 대표들이 줄줄이 수사기관에 들락거려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임명권한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쉽게 말해 대표를 한명 바꾸면 1000명이 갈 자리가 생긴다. 정권을 잡으면 KT 수장을 내 사람으로 바꾸고 싶어진다.

KT이사회가 4일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KT의 예비 수장으로 낙점했다. 그가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무탈하게 임기를 마치고 KT 나아가 업계 전체가 존경하는 원로란 평을 얻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취임 직후부터 연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민영화 이후 이용경 초대 대표를 제외한 모든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 대표를 제외한 모두가 수사를 받았다. 처음부터 연임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임기가 끝날 무렵 옆에서 많은 사람이 ‘대표님 아니면 안 된다, 당신 없는 KT엔 미래가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면 ‘대표님이 없으면 제가 곤란합니다’라는 의미가 아닐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KT는 심지어 대표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조직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576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25% 이상 늘어난 숫자에 증권가 사람들이 놀랐다고 한다. 작년말 연임 논란이 불거진 이후 KT 대표는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KT실적은 그 이후 계속 깜짝 놀랄만큼 좋다. 새 KT 대표는 ‘내가 없어도 잘 나가는 KT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일벌레다. 내가 일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하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없으면 큰일 날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3년 임기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열심히 해서 회사를 바꿔 놓기는 어렵다. 심지어 이번 KT 대표 임기는 2년 7개월 남짓이다. 임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제때 차기 CEO를 선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CEO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예 내가 발판이다, 든든하게 받쳐줄테니 내 위에서 뛰어다니라고 말하면 더 좋겠다. 새 대표는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긴다는 이야기가 회사에 퍼져야 한다. 그건 직원들도 대표를 믿고 따른다는 이야기다.

백강녕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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