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방사능 수치, 일본 여행 중단한 여행자들

이인미 2023. 8. 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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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다크 투어리스트: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

[이인미 기자]

어쩌면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환경 다큐멘터리로 명백히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환경 다큐멘터리로 분류되기에 그 자격이 차고 넘치는 짧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넷플릭스 시리즈 영화의 전체 제목이 <다크 투어리스트: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서, 이 작품은 얼핏 특이취향을 지닌 여행자들을 위한 취향저격용 영화라는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그중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일본' 편으로서 핵발전소 피폭이 있었던 후쿠시마 인근 마을로의 여행을 포함하며, 핵발전소 주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및 핵쓰레기 문제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북돋운다.   

이 에피소드는 총 41분 동안 상영되는데, 그중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약 20여 분이 후쿠시마 인근 마을로의 여행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영화인지라 얼핏 '미니 영화'나 '작은 영화'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내용의 무게감과 심각성이 결코 '미니'하지 않을뿐더러 '작은 것'도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스틸컷과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는 이 나라에 살아야 해요" 슬픈 대답
 
 영화 스틸컷
ⓒ 넷플릭스
 
일본 후쿠시마에서 2011년 3월에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긴 하나, 그때 유출된 방사능 물질들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지역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반감기가 무려 2만 4100년인 플루토늄-239도 거기 있다고 하니 그 물질이 반으로 줄어들어 그곳이 수치상으로 50% 안전하게 되려면 아직도 2만 4090년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후쿠시마 인근 마을은 여전히 '출입제한구역' 혹은, 명칭의 어감이 마음을 꽤 무겁게 하는 '귀환곤란구역'으로 구분되어있다. 
      
실제로 방호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도로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면서, 관광버스 정차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관광버스에서 여행자들이 잠깐 하차했을 때 곧바로 달려와 제지할 정도다. 그런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정부는 주민들이 이곳 마을로 돌아와도 괜찮다고 공식적으로 공표했다. 

다크 투어리즘 여행자들은 어차피 살짝 위험하고 살짝 긴장감 넘치는 '다크'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어서 어느 정도는 후쿠시마 인근 마을로의 여행에 대해 각오를 하고 출발했다. 그 각오를 반영하듯 그들은 개인 방사능측정기를 각자 지참한 상태였다. 

다크 투어리즘 여행이 시작되자 여행가이드 '요'는 방사능측정기의 수치가 0.2 이하일 경우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수치가 0.2에 육박하긴 해도 '이하'를 가리킬 때까지는 다크 투어리즘 여행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크 투어리즘 여행자들이 갖고 있는 모든 방사능측정기의 수치가 급하게 수직상승하기에 이른다. 0.2를 넘어서더니 어느새 6.0과 7.0도 넘어섰다. 여행자들의 공포심도 급상승한다. 
 
 영화 스틸컷
ⓒ 넷플릭스
 
그래도 어떻든 여행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쯤, 밥은 먹어야 하니까, 다크 투어리즘 여행자들은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 식당은 나이든 여성들이 근무하는 곳이었는데, 그 식당 근처에 거주하는 여성은 웬일인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식당에 들어온 다크 투어리즘 여행자들은 후쿠시마에서 왔을지도 모르는 식재료로 조리된 이 음식을 과연 먹어도 되는가 또다시 걱정에 빠져들었다. 여행자들이 여행가이드에게 먹어도 되는지 질문하자, '요'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그는 왜 이런 식으로 묘하게 답변할까? 거기에 이어지는 그의 부연설명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이 나라에 살아야 해요." 어디 먼 곳, 다른 데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의 무력한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 대답하던 바로 그때 그의 웃는 옆얼굴이 몹시 서글퍼 보였다는 게 기억난다.  
 
 영화 스틸컷
ⓒ 넷플릭스
 
여행 중도 종료한 여행자들

이후 다크 투어리즘 여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행자들은 여행버스 안에서 만장일치로 여행 중도 종료를 결의한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18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약 5년 뒤인 2023년 여름, 여행을 '한다/만다'에 비할 정도가 아닌 대형사고가 바야흐로 일어나기 일보직전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기업)이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내다버리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험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측 주장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수의 오염도는 걱정할 만한 정도가 아니란다. 그들이 공개한 계획대로라면 곧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간다.   

전 세계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해왔다. 올해 1월엔 핵물리학자 페렝 달노키 베레스 박사(Dr. Ferenc Dalnoki-Veress)가 별도로 내진수조를 제작해 오염수를 60년 이상 보관하는 방법(이 또한 영구적 보관방법은 아니지만), 또는 방사성 폐기물을 정화하는 굴을 사용하는 생물학적 정화방법, 그도 아니면 오염수를 콘크리트로 만들어 인간접촉을 피하는 방법 등 여러 대안을 일본 정부에 제안하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 바 있다.

또 미국에너지환경연구소 아르준 마키자니 소장(Dr. Arjun Makhijani)은 오염수를 처리해 콘크리트로 만드는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일본 정부의 이번 '오염수 방류'를 '오염수 투기'로 바꿔 부르자고 주장하며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반대한다. 핵전문가들뿐 아니라 여러 나라 여러 시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생태환경적 악영향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시민들뿐 아니라, 심지어 일본 어민들과 시민들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서 자기네 나라 정부와 기업을 비판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반대하는 상징적 그림
ⓒ 최병수
노랑과 까망과 하양이 선명히 어우러지는 최경수 작가의 그림이 잘 표현해주듯 바닷물에 들어간 방사능 오염수는 바닷물과 바다생물만 골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류도 공격할 것이다. 남들이야 어찌 되든 말든 이기적 보상을 은밀하게 기대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위험하지 않다고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에 따라 천일염 소금 사재기 같은 현상이 잠깐씩 나타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우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다름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사안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론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쓰레기와 방사능 오염물질이 오래도록 처치곤란이었으며 사실 앞으로도 내내 처치곤란일 거라는 문제, 나아가 핵에너지 기술개발과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개발인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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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간기독교>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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