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OB베어 강제집행 방해… 판사 "선처받고도 반복, 가족·상인도 아냐"

김대현 2023. 8. 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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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10일.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40년 노포' 을지OB베어 인근은 부동산 강제집행 인력과 반대 측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을지OB베어 측과 시민단체는 상생을 외치며 법원의 강제집행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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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시위 관련 범죄로 20여년간 매번 선처받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갑자기 현장에 나타나 외부인으로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판사)

2021년 3월10일.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40년 노포' 을지OB베어 인근은 부동산 강제집행 인력과 반대 측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가게 앞엔 쇠사슬로 묶인 차량 2대가 주차돼 강제집행 인력의 진입을 방해했다. 을지OB베어는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가리골목의 터줏대감으로서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 갱신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20년 10월 을지OB베어가 건물을 비워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을지OB베어 측과 시민단체는 상생을 외치며 법원의 강제집행에 맞섰다. 법원은 2022년 4월21일 6번째 강제집행 시도 끝에 을지OB베어를 철거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을지OB베어 주인부부 중 남편인 최모씨(68)와 을지OB베어공동대책위원회 대표 김모씨(65) 등 두 사람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강정마을과 서울 북촌마을 임차상인 투쟁 현장 등에서도 활동한 인물이었다. 그는 다른 시위 관련 범죄로 선고유예 1회, 벌금형 5회, 집행유예 3회 등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최씨의 변호인은 "건물주가 동원한 용역들은 공무원이 아니고, 법원 집행관들이 용역을 통해 강제집행을 시도한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1심 결론은 '유죄'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창모 부장판사는 최근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최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면서 "공무집행방해 범행은 공무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고 국가 공권력을 업신여기는 범죄이므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장기간 소송으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강제집행을 방해해 건물주가 큰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정당한 법적 사유 없이 집행관들의 접근 자체를 봉쇄했다"며 "'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이 위법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공적 집행을 거부한 것은 외려 을지OB베어 측이고, 용역들은 집행관들이 을지OB베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몸싸움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그간 매번 선처받고도 반성하지 않은 채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와 달리 범행 경위에 참작할 점도 별로 없다"며 "즉, 김씨는 을지OB베어 측 가족도 아니고 시위에 동참한 사람들 대부분처럼 주변 상인이나 을지OB베어의 고객도 아니었다. 건강이 안 좋다고 해도 더 이상 집행유예 등 선처는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를 법정에서 구속하진 않았다.

최씨와 김씨, 검사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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