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바야흐로 외화예금 전성시대
지난해에는 달러 예금, 올해는 엔화 예금이 인기다. 미국 기준금리가 1%대를 유지하던 시절에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어도 달러 예금에 대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금리도 낮은데다 환율도 안정적인 편이라 달러를 미리 사서 모아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시기가 끝나고,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현시점은 다르다. 연 5%를 훌쩍 넘는 달러 예금은 투자자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주식이나 채권 상품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마이너스 손실을 기록할 수 있는데 반해 달러 예금은 원금손실의 위험도 없다. 거기다 고정금리 상품이란 것도 장점이다.
또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이 유지되고 있는 까닭에 원화 정기예금보다 달러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 더 높았다.
최근에도 달러 예금은 인기가 여전하다. 주요 국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경기둔화 및 기준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소폭 하락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달러 금리는 여전히 5%대를 유지해 오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객은 지금이라도 달러로 환전해 예금에 가입해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일부 분할 매수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로 환전한 뒤 달러 예금에 가입한다면 나중에 환율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환차손으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모든 외환 거래가 그렇듯 외환에는 환율이라는 변수가 포함돼 있다. 즉 아무리 금리가 높더라도 환율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라질 채권 같은 상품은 연 10%대 고정금리 상품이다. 하지만 브라질 헤알화의 급격한 하락으로 해당 헤알화가 높았을 때 가입했던 고객이라면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일 것이다.
외화예금의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를 겪고 싶지 않은 고객들이라면 차라리 엔화 예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일본은 오랫동안 제로(0) 금리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예금에 가입해도 별도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환차익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통상 '100엔=1000원'이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인식돼 온 만큼 현재 100엔에 900원 내외인 엔화 환율은 분명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은 경제,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변수로 실시간 바뀌다 보니 현재가 가장 저점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정환율 대비 약 10% 정도 할인된 상태라고 볼 때, 950원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5%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달러 예금 금리 5%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엔화의 경우 이자가 없기 때문에 굳이 기간이 정해져 있는 정기예금 형태가 아닌 입출금 형태의 예금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높은 금리, 낮은 환율 수준 등도 있지만 외화예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바로 환차익이 비과세라는 점이다. 외화는 기본적으로 살 때와 팔 때 금액이 차이가 난다. 이때 발생하는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가령 달러를 1100원에 샀다가 1300원에 팔게 되면 발생하는 200원 환차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엔화의 경우에도 900원 초반에 구입한 엔화가 상승해 다시 원화로 바꾸는 경우 그 차익만큼은 비과세 수익이 된다.
물론 주의할 점은 있다. 환율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환율이 예상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고 매수했을 때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 목적과 기간이 정해진 금액을 섣불리 투자해 자금을 제때 못 찾는 경우를 주의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외화예금은 소정의 현찰수수료를 지불하고 현찰로 인출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외화예금은 실물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전신환 금액으로 거래된다. 하지만 여행 등의 이유로 일부 필요시 현찰이 필요할 경우 통상 1.5% 수수료를 지급하고 현찰로 찾아갈 수도 있으니 이런 부분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덧 미국의 기준금리가 거의 정점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기존에 달러 예금 가입자들은 달러 예금 금리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만기를 점검하고 장기로 재예치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준금리가 떨어져서 엔화 가치가 오르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엔화를 사두려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을 받아 왔던 외화예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과 환차익 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분명 좋은 투자처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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