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게 케이팝?”…파행으로 얼룩진 잼버리, 졸속행정에 우는 가요계 [D:가요 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사실상 조기 철수하면서 파행을 겪는 가운데, 케이팝 아이돌을 내세워 졸속으로 뒷수습을 하려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잼버리 공식 행사 중 하나인 ‘케이팝 슈퍼 라이브’는 당초 지난 6월 전북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폭염과 열악한 환경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조직위는 당일 행사를 취소하고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행사를 옮겨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을 전후로 전북 현대 구단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축구팬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같은 날 전주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이하 ‘JUMF’)의 출연자를 빼가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JUMF’의 주최 측인 전주 MBC 이태동 국장은 지난 7일 “잼버리 주관 방송사에서 금요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같은 날 열리는 ‘케이팝 슈퍼 라이브’에 출연시키려고 하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폭로한 것이다.
케이팝을 여론 무마용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출연진 명단에도 없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설이 나돌면서다. 박 장관은 이들의 출연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합류설 자체만으로도 팬덤은 반발했다.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더니, 또 한 번 장소가 변경됐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새만금 일대를 지나갈 것으로 예보되면서다. 참가자들이 야영장에서 전면 철수하고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장소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긴다고 8일 밝혔다. 사실상 조기 철수나 다름없던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또 한 차례의 장소 변경을 두고 “태풍이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일정과 장소 변경으로 출연자 라인업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아이돌 가수들의 일정은 보통 몇 달 전부터 촘촘하게 채워져 있어 당초 6일 출연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아이브와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등의 출연이 불투명해졌다. 출연자 라인업의 전면 수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쳤다.
그러자 행사 주관 방송사인 KBS는 같은 날 방영될 예정이었던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결방이라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뮤직뱅크’가 결방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가수들의 일정 공백을 ‘케이팝 슈퍼 라이브’ 무대로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뮤직뱅크’에 이날 출연할 예정이었던 뉴진스는 이 무대 대신 ‘케이팝 슈퍼 라이브’ 무대에 서게 됐다. 현재 다른 출연진도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관의 무능을 케이팝 아이돌에게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그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케이팝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방탄소년단이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현재 방탄소년단 멤버인 진과 제이홉은 군 복무 중이다. 슈가도 최근 입영 연기를 취소하면서 입대를 준비 중이고 다른 멤버들도 줄줄이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방부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이용자들은 8일 성명문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잼버리 사태’로 풍비박산 난 대한민국의 국격을 되살리기 위해 방탄소년단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반민주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방탄소년단이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케이팝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또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꼴도 우습다. 김기현 대표는 “(성 의원 제안은) 당 차원에서 논의한 건 아니고, 당 차원에서 답변할 사항은 아니”라면서 “성 의원이 특별히 관심을 많이 가진 분야”라고 답했다.
성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21대 국회에서 방탄소년단의 병역을 면제해 주자고 법안을 낸 당사자가 바로 나다”라며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방탄소년단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안으로 지원했던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한 것이지 당과 협의한 것은 아니며, 방탄소년단 소속사의 의사를 묻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부처, 그리고 해당 연예인들의 소속사와 같이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급조된 ‘케이팝 슈퍼 라이브’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것은 물론 아티스트가 제대로 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정과 장소 변경으로 갑자기 새로운 무대에 오르게 된 가수들에게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완성도 측면에서 가수와 관객 모두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심지어 이틀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도 이 행사의 라인업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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