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죄' 해병대 수사단장 측 "5번 통화, 보고서 조작 지시 받았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조사하다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9일 "해병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지휘부에 고개 숙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대령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매체에 A대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령은 "경찰에 이첩할 자료를 수정해버리면 유족부터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모든 비난이 해병대를 향할 텐데 그런 해병대를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이 복무한 해병 1사단의 지휘관인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은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수사기관이 수사를 담당하게 돼 있다.
당시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결재까지 했지만, 다음날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앞서서는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고,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하는 한편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한 수사단장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통보한 사람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라고 전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과 5차례 이상 통화하면서 '최초 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대령은 유 법무관리관에게 "수사 결과 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것을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했는데, 이제 와서 사단장 등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는 것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수사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집단항명의 수괴라고만 돼 있고 누구의 명령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복종하지 않았다는 사실 적시가 전혀 없다"며 "직접 증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신범철 차관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한 언론은 신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해병대 수사담당자와 언론에 법적 대응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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