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국인 감독 맞대결 이긴 대한항공, 4강 진출도 확정

[프로배구] 대한항공, OK금융그룹 꺾고 컵대회 4강행

[윤현 기자]

▲ 대한항공 이준이 프로배구 컵대회 OK금융그룹전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프로배구에서 사상 첫 외국인 감독 맞대결이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8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아래 컵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2(25-21 21-25 24-26 25-21 15-9)로 이겼다.

2연승을 거둔 대한항공은 3차전 결과와 상관 없이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컵대회는 4개 팀씩 나눈 A, B조의 각 1, 2위가 4강에 진출한다.

사령탑 바꾼 OK금융그룹, 3세트까진 좋았는데...

이날 경기는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과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의 대결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남녀부를 통틀어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감독이 2명 이상 동시에 지휘봉을 잡은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며, 컵대회에서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1세트는 '남자부 챔피언' 대한항공이 따냈다. 세트 중반까지 접전이 이어지다가 대한항공이 이수황의 속공과 곽승석의 오픈 공격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OK금융그룹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시즌 V리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석진욱 감독과 결별하고, 일본 프로배구의 '레전드' 오기노 감독을 영입한 OK금융그룹은 2세트부터 달라진 활약을 보여줬다.

차지환의 연속 득점과 이진성, 전병선의 과감한 퀵 오픈으로 리드를 잡은 OK금융그룹은 끝까지 잘 지켜내며 2세트를 따냈다.

3세트는 치열했다. 이번에도 세트 중반까지 앞서나간 OK금융그룹은 잇단 범실 탓에 24-24 듀스를 허용했다. 하지만 박원빈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세트 포인트를 잡았고, 신호진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며 세트 스코어 역전에 성공했다.

대한항공, 주전 선수들 없어도 2연승... 이준 '펄펄'

▲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과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이 프로배구 컵대회 경기 후 악수하고 있다

비록 역전에 성공했으나, OK금융그룹은 3세트까지 14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던 아포짓 스파이커 전병선이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교체되면서 전력에 출혈이 컸다.

대한항공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조직력이 무너진 OK금융그룹에 공격을 쏟아부으며 먼저 20점에 도달했다. 착실히 점수를 쌓은 데 이어 OK금융그룹이 서브 범실까지 나오면서 4세트를 가져갔다.

운명의 5세트는 기대와 달리 싱거웠다. 대한항공은 진지위와 조재영의 블로킹, 곽승석의 오픈 공격 등으로 단숨에 12-6 '더블 스코어'를 만들었다. 반면에 OK금융그룹은 신호진의 후위 공격이 코트를 벗어나는 등 5세트에만 무려 6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이준의 연속 득점으로 매치 포인트를 잡은 대한항공은 이수황이 차지환의 공격을 블로킹하면서 풀세트 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한국에서 3년 차를 맞이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신입' 오기노 감독을 꺾고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 임동혁, 김민재 등 주전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됐으나 연승을 질주하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특히 차세대 공격수로 꼽히는 1999년생 이준이 팀 내 최다인 22점을 올리며 형님들의 공백을 메웠다.

OK금융그룹도 차지환이 26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점수를 올렸고 신호진, 이진성, 박원빈도 두 자릿수 점수를 냈지만 승부처에서 대한항공의 노련미를 넘지 못했다.

한편, 이날 다른 경기에서는 우리카드가 KB손해보험에 세트 스코어 3-0(25-19 25-19 25-19)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했던 우리카드는 이날 1승을 거두면서 4강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