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이매진 인수로 군용 XR 기기 진출 길 열렸다

박선미 2023. 8. 9. 08: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안에 미국 '마이크로 OLED'(올레도스) 기업 이매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군사용 확장현실(XR) 기기 시장 진출 길이 열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한 방문객이 XR 글라스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9일 디스플레이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매진 인수로 애플이 최근 출시한 '비전프로' 같은 소비자용 XR 기기 시장 공략 차원을 넘어 군사용 납품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매진이 현재 미국에서 독보적인 'RGB 올레도스' 기술로 국방 사업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이 기술을 확보하면 방산업 진출의 새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올레도스란 유리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증착시킨 것으로 XR 기기 구현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실리콘 웨이퍼에 흰 빛을 내는 유기물 소자를 올리고, 그 위에 적(R)·녹(G)·청(B) 컬러필터를 씌우는 W-OLED 방식이 쓰이지만 이매진은 컬러필터 없이도 RGB 색을 내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자 기업인 이매진을 지난 5월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나 주고 인수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말 RGB 올레도스 패널을 개발하는 팀을 신설하고 올해 제품 양산을 위한 시범 라인 완공, 내년 양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각국 승인 절차를 거치면 연내 이매진 100% 지분 인수가 마무리된다.

애플이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 인수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는 이매진의 기술을 토대로 올레도스 패널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애플이 올해 6월 비전프로를 출시한 이후 삼성전자도 XR 기기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올레도스 패널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고객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이매진 인수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최근 XR기기 생태계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XR기기가 대중화되면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그런 사람들의 일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매진 인수로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을 하지 않았던 방산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이매진의 주요 매출은 국방 사업에서 나온다.

이매진이 갖고 있는 RGB 올레도스 기술을 이용해 패널을 만들면 극한의 고·저온과 진동을 견디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이미지 깜빡임이나 색상 깨짐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군(軍)용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매진이 공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의 74%가 군 관련이다. 이 비중은 2021년 66%에서 더 높아졌다. 산업·의료용(13%), 기타(12%), 소비자용(1%)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이매진이 설계, 개발, 제조한 RGB 올레도스 기술을 이용해 만들고 있는 군용 장비는 항공 헬멧, 무기 조준 및 타격 시스템, 야간 투시 고글, 헤드업 디스플레이, 시뮬레이션 장비 등이다. 전력 효율이 좋을 뿐 아니라 가볍고 작은 크기로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과거 이매진은 RGB올레도스 공정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한 기업이었다. 직원 수가 109명에 불과한데다 제조시설도 크지 않아 짧은시간 안에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는 힘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대규모 패널 생산 기술이 결합되면 이매진의 기존 사업도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애플, 메타, 소니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 뿐 아니라 방산업계도 군사용 영상취득장치 목적으로 올레도스에 집중하고 있다. 미 육군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 기술을 적용한 헤드셋 구매를 추진한 것처럼 눈 앞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는 이미지는 군 전술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비전프로 출시 시기와 맞물려 지난 6월 미 공군과 해군이 사용하는 증강현실기기를 납품해온 스타트업 미라를 인수하며 군사용 납품을 위한 활로를 마련해놨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