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로켓' 쿠팡, 역대 최대 매출·4개 분기 연속 흑자(종합2보)

‘연간 흑자’ 달성 청신호
활성고객 '플라이휠' 효과 가속화
중소기업에 물류망 열어준 '로켓그로스' 성장 동력
대만시장, 한국보다 성장세 빨라…"추가 투자 계획"

쿠팡이 올해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며 고속성장세를 이어갔다.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에도 4개 분기 연속 흑자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연간 흑자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간 셈이다.

9일(한국시간)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에서 "다년간의 대대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와 고객 경험 집중이 실적 원동력"이라며 "매출과 활성 고객 수에선 ‘플라이휠(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효과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를 보면 2분기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을 기록해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2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다. 전 분기(1362억원) 대비로도 42%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6조3500억원) 대비 21% 증가한 7조6749억원(58억3788만 달러)을 기록,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2분기 국내 유통시장의 성장률이 3%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당기순이익은 1908억원(1억4519만 달러)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예상 매출액으로 56억53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억2800만 달러로 제시했는데, 쿠팡은 이런 예상치를 상회했다.

무엇보다 활성 고객 증가가 실적 상승에 주효했다. 2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을 의미하는 활성 고객은 1971만명으로 전년 동기(1788만명) 대비 10% 늘어 20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고객 매출액도 38만9100원(296달러)으로 같은 기간 5% 증가했다.

고객의 소비가 늘면서 쿠팡의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 쿠팡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흑자를 냈다. 지난 12개월 누적 기준 FCF는 11억 달러, 영업이익 현금흐름은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간 선제적 물류 투자로 인해 FCF는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왔지만, 물류 투자 비용 축소와 본업의 수익성 개선 흐름이 맞물리자 1분기(4억5100만 달러)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조정 에비타 마진율은 5.1%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사업 부문별로 보면 핵심 사업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분야가 매출액 7조4694억원(56억8159만 달러)을 기록해 1년 전보다 21% 성장했다.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3960억원(3억22만 달러)으로 1년 전(6617만 달러)보다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패션과 뷰티, 마켓플레이스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로켓그로스(FLC)’가 효자였다. 로켓그로스는 중소상공인에게 로켓배송 문을 열어준 것으로 쿠팡의 물류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소상공인은 매출 성장을, 소비자는 당일이나 익일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군의 개수가 많아지도록 한 것이다. 1분기 처음 도입했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쿠팡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로켓그로스는 전체 비즈니스 성장률보다 2배 이상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쿠팡플레이·쿠팡이츠·해외사업(대만)·핀테크 등 신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액은 2054억원(1억5629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조정 에비타 손실은 1억737만 달러로 1년 전(3166만 달러)보다 손실 폭이 커졌다. 4억 달러가량의 신사업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그런데도 대만 시장에서 로켓배송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쿠팡은 대만 시장에서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로 채워 로켓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과거 한국 시장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창업자는 이러한 성장세를 고려해 대만 시장에 추가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사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는 중단하거나 낮은 우선순위의 투자는 연기하고 있지만, 대만은 그 기준을 넘어섰다"며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